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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00년 된 포도나무로 빚는 와인 어떤 맛일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2-16 06:00:00 수정 : 2017-02-24 15: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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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만에 부활한 스페인 프리오랏 와인 마스 도이쉬

마스 도이쉬 대표 와인들.
스페인 까딸루냐의 프리오랏(Priorat)은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이지만 최고급 와인을 빚는 곳으로 스페인에서 떠오르는 지역이랍니다. 프리오랏은 까달루냐어로 ‘수도원’이란 뜻인데 그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63년 이베리아 왕 알폰소 1세는 카르투지오 스칼라 데이(Carthusian of Scala Dei) 수도회가 정착할 장소를 물색할 것을 지시했고 찾아낸 곳이 바르셀로나에서 150km 떨어진 프리오랏입니다. 수사들은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암벽 밑에 포도밭을 계단식으로 일궜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처럼 보였다고 하네요.

수사들이 경작하던 땅을 정부가 경매를 통해 지역 농민들에게 넘겨주며 이 지역의 와인산업은 크게 번창합니다. 하지만 1680년대부터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 하는 진딧물 필록세라가 유럽 포도밭을 초토화시키고 바르셀로나에서 섬유산업이 부흥하면서 한때 2000명에 달했던 주민들이 대부분 떠나버려 이 지역 포도밭은 황폐화되고 맙니다.

프리오랏 전경.
300년동안 철저하게 버려졌던 프리오랏이 다시 부활한 것은 1980년대들어서부터입니다. 르네 바르비에(Rene Barbier)와 알바로 팔라시오스(Alvaro Palacios)를 비롯한 생산자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고품질 와인 생산으로 전환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와인산업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1985년 16개에 불과하던 와이너리는 현재 96개로 늘었고 포도생산자도 600명으로 늘었습니다.

프리오랏 와인산지.
프리오랏은 시우라나(Siurana) 계곡과 몬산트(Monsant)강 사이에 위치하며 해발고도가 1124m나 됩니다. 차가운 북풍은 몬산트 산이 막아주고 동쪽에서 온화한 미스트랄이 불어오는 전반적인 대륙성 기후를 띱니다. 연평균 기온 15도에 연강수량은 550~600mm선이어서 포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프리오랏은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미세 기후를 보이는데 계곡과 산등성이 온도차가 무척 큽니다. 일교차가 매우 커 산도가 좋은 포도가 맺어집니다. 

잘부숴지는 점판앞으로 이뤄진 프리오랏 토양.
토양도 매우 특이합니다. 3억5000만년전에 석탄기 형성된 점판암 리코레야(Llicorella)인데 산성을 띱니다. 이 토양은 열을 저장했다가 포도나무 뿌리를 데워주며 물빠짐이 좋고 잘 부셔져 포도나무 뿌리가 깊이 뻗어 나갑니다. 하지만 포도는 생산량이 매우 적고 알코올이 높으며 탄닌이 풍부하고 강해 이런 환경에 잘 맞는 스페인 대표 레드 품종 가르나차와 까리냥이 주로 재배됩니다.

 이곳의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포볼레다(Poboleda)에 자리잡은 마스 도이쉬(Mas Doix)입니다. 스페인 최상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협회인 그란데스 데 파고스 에스파냐(Grandes des Pagos de Espana)에 소속된 생산자이지요. 포볼레다는 라틴어로 ‘포플라나무 숲’이라는 뜻이며 12세기 카르투지오 수도회 정착 초기부터 형성된 유서 깊은 마을이랍니다. 포도재배가 성행할 당시엔 인구가 2000명이었지만 현재는 200여명 정도만 거주한다고 하네요. 이 와이너리는 도이쉬 가문과 야고스테라 가문이 1998년 새롭게 시작했지만 도이쉬 가문은 이미 1850년 후안 엑스트렘스 도이쉬(Juan Extrems Doix)부터 5대째 167년동안 와인을 빚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1998년 라몬 야고스테라가 사업을 계승하며 본격적으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스 도이쉬는 포도밭 20ha에는 1902년에 심어 110년이 넘은 올드바인 까리냥과 80년이 넘은 가르나차 등 고목들이 즐비합니다. 토양과 고목 덕분에 철분느낌의 미네랄이 풍부하고서 세월의 깊이를 묵직하게 담아낸 검은 과일 느낌의 레드 와인들이 빚어집니다. 

마스 도이쉬 레스 크레스테스(Les Crestes)

■마스 도이쉬 대표 와인들

마스 도이쉬 대표 와인중 하나가 정유년, 붉은 닭의 해와 잘 어울리는 레스 크레스테스(Les Crestes)다. 수탉이라는 뜻인데 붉은 벼슬의 수탉이 레이블에 포도 가지와 함께 그려인 이 와인은 포도밭 산 정상이 닭벼슬을 닮아 이런 이름을 붙였다. 2014빈티지는 20년 수령 가르나차 80%와 오랜 수령 까리냥 10%, 시라 10%를 블렌딩했으며 풍부한 과실향을 잘 표현한 와인이다. 해발고도 350~450m 포도밭에서 포도 나무 그루 당 1kg만 수확하며 8개월동안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마스 도이쉬 살랑케스(Salanques)

살랑케스(Salanques) 2013은 80년 수령 가르나차 65%, 80년 수령 까리냥 25%, 시라 10%를 섞었다. ‘프리오랏의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이 지역의 특징을 잘표한 와인으로 올드바인의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묵직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해발고도 350~450m 포도밭에서 그루 당 700g만 수확해 새오크통과 사용한 오크통에 절반씩 14개월동 숙성한다. 2013년은 뛰어난 기후를 보여 최고의 와인이 탄생한 위대한 빈티지로 평가받는다.

마스 도이쉬 코스터스 데 빈에스 벨레스(Mas Doix Costers de Vinyes Velles)

마스 도이쉬 코스터스 데 빈에스 벨레스(Mas Doix Costers de Vinyes Velles) 2012는 무려 110년 수령 까리냥 55%, 80년 수령 가르나차 45%를 블렌딩한 마스 도이쉬 플래그십 와인이다. 해발고도 350~450m 리코레야 토양 포도밭에서 한그루당 불과 300g만 열리게 한 포도로 빚는다. 손수확한 뒤 포도가 으깨지지 않도록 10kg의 작은 상자로 옮겨 다시 좋은 포도알만 선별한다. 16개월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2004년 빈티지는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가지’도 소개됐다. 2012 빈티지는 최근 10년간 최고의 빈티지로 꼽힌다.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아주 잘 익은 검붉은 과일의 아로마가 두드러진다. 오크, 훈제향이 잔잔히 깔리고  입에서는 골격이 좋은 구조감과 함께 기분 좋은 산도, 강한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알코올이 15%로 다소 높지만 농밀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도가 잘 뒷받침돼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코스터스(Costers)는 까딸루냐어로 경사진 언덕을 의미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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