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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16일간의 만남 ‘영원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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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1 22:09:46 수정 : 2017-04-11 13: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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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크리스토 최근작
‘떠 있는 부두’
“예술은 불멸이 아니다. 인간이 죽듯이 예술도 죽는다.”

최근 이탈리아 이세오호의 물 위에 황금빛 산책로를 설치한 예술가 크리스토의 말이다. 그는 줄곧 작품활동을 같이 해오던 아내 잔느 클로드와 2009년 사별했다. 하지만 크리스토는 아내와 함께 꿈꿨던 ‘물 위를 걷는’ 프로젝트를 홀로 실현시킨다. 처음 고안된 지 46년 만인 지난해다. 2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은 자신의 그림과 콜라주 등을 판매해 충당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세상에 내놓은 그의 작품은 단지 16일 만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당시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기억뿐이다. 맨발로 전해지는 황금빛 천의 감촉과 일렁이는 파도의 느낌, 호수에서 불어온 바람의 냄새 등등이다. 작품은 사라졌지만 ‘그날’을 공유했던 방문자들은 ‘그날’의 추억을 이야기할 것이고 회상할 것이다. 어쩌면 신화와 같이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크리스토의 뇌리에 각인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작품이 사라져 가는 게 슬프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아니요, 저는 그냥 그랬듯이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살아갈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평생을 함께한 아내와의 소중한 시간들을 그렇게 해서라도 잡아두고 싶었는지 모른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오늘이란 말이 있다. 이 순간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크리스토의 설치작품이다. 우리 모두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인생 설치 작품’들이 아닌가.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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