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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엔 공감하지만… 표만 노린 뻔한 정략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처리는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양당(새천년민주당·자민련) 공조를 파기시켜 더 이상 당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상실케 했다.”

2001년 9월3일 임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가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민련 장재식 배기선 송석찬 의원이 밝힌 탈당의 변이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여권 수뇌부의 ‘의원 꿔주기’ 방침에 따라 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못한 자민련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적한 이들은 임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계기로 친정인 새천년민주당에 돌아가버렸다.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는 정권 출범 3년 반 만에 파국을 맞았다. DJ의 내각제 개헌 대선 공약 불이행을 용인하면서도 그의 안보관을 마뜩잖게 여긴 JP는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햇볕정책을 실질적으로 입안하고 추진한 임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자신의 이념노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DJ는 JP와 연대하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재창출에도 기여했다.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대척점에 섰으면서도 총리와 장관 자리를 나누는 권력분점 정부를 성사시킨 DJP공조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이런 여러 긍정적 평가에도 ‘미완’의 공동정부로 끝난 데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른 정책을 가진 정당이 연정을 하며 상호노력을 기울이면 정국현안 타결책 마련은 가능하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진영논리가 앞서는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이념노선의 간극을 메우기는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예비주자와 지도부가 연정·연대를 주창하는데,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 끝에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 4당 체제 국회에서는 극심한 대립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런 정국 불안을 해소하고 협치를 하기 위해 주장하는 연정론에는 일리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을 실시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어 국정운영 효율성 차원에서도 연정은 필요하다. 다원화된 사회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정당 간 정책공유 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연정이 유용하다.

그러나 상대당 이념과 노선, 정책,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 서로 비슷하거나 공통점을 확인한 후 연정을 거론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여야 후보 간, 정당 간, 심지어 당내에서조차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민감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데 연정을 언급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후보 개인의 지지율 제고와 표 확장성 등 오로지 집권 전략차원에서 나온 연정론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특정 정파를 제외한 반패권 세력 연대론,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야말로 선거승리만을 위한, 원칙없는 정략적 발상의 연장선이다. 정치권은 DJP 공조 파기,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정치적 DNA가 전혀 다른 야당인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불쑥 제안했다가 외면당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는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비전과 철학, 정책을 놓고 후보와 정당이 치열히 경쟁하라. 그래야 연정의 길이 보인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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