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법은 정의로운지 묻다… ‘재심’

“법은 과연 얼마나 정의로운가?” 관객들은 김태윤 감독의 ‘재심’을 보는 동안 끊임없이 자문하게 된다. 영화는 16년 전 실화인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목격자였던 15세 현우(강하늘)가 살해범으로 몰려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변호사 준영(정우)를 만나면서 진실이 밝혀진다는 휴먼드라마다. 새로울 것 없는 영화가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몰이를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영화는 법이 돈과 권력에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찰은 단순한 목격자였지만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현우를 강압수사하며 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한다. 실제로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피해가지만 경제적 약자는 누명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전무죄·무전유죄’는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가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현행 법체계는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법조인들의 비도덕성을 꼬집는다. 법이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제도다. 따라서 우리는 법조인들이 정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영화 속 변호사들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법을 이용한다. 거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정의와 진실은 중요치 않은 듯 행동한다. 수사를 종결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받아내는 경찰, 출세를 위해 진실을 묵인하는 검사를 보면서 도대체 법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결국 법은 가진 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이란 말인가.

영화는 법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지만 또 한편 희망을 건넨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던 준영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향해 달려간다. 결국 현우가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아직은 정의가 살아있고 법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법은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인간이 만든 약속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잘 알고 있는 일부 법조인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또한 법은 검찰이 기소한 사안만 판결한다. 비록 사회정의에 어긋나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 속의 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또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현우의 고통스러웠던 감옥생활 10년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영화 속 장면이 지금의 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관객들은 혼란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특검과 탄핵으로 사법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으로 어지러운 사회질서를 바로 잡아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의와 도덕성이 결여된 채 돈과 권력에 좌우되는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법, 그 존재 이유를 우리가 다시 되짚어봐야 할 때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