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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대통령 품격 떨어뜨린 대리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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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19:41:06 수정 : 2017-02-23 2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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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우 변호사
“그럴 줄 알았어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전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언어적 오물’을 마구 뿌린 장면을 놓고 한 법조인은 23일 예상했다는 투였다. “나이 지긋한 법조인들을 동원해 헌재 재판관들 기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면서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접수로 시작된 헌재의 탄핵심판은 줄곧 순탄치 않게 진행됐다.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사안의 성격상 헌재 안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측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고 밖에서는 탄핵 찬반 진영의 헌재 압박전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 재판관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중심을 잡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려 힘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더기 증인신청 등 빤히 보이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심리지연 전술에 어느 정도 눈감아줬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민순 사회부 기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증인신문 마지막 날(16차 변론)에 보인 ‘막가파식’ 행태에 기가 찬 이유이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국회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모욕하거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삿대질까지 서슴지 않은 대한변협회장 출신의 김평우(72)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등신불’ ‘무녀도’로 유명한 작가 김동리의 차남으로,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원로 법조인이다. 누구보다 법정과 재판부의 권위, 법률대리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헌재와 재판관들을 깡그리 무시한 것도 모자라 막말과 저주를 퍼부었다. 박 대통령 측은 김 변호사 등의 ‘맹활약’ 덕분에 24일로 예정됐던 최종변론기일을 사흘 더 늦췄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러나 잃은 게 많아 ‘상처뿐인 성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 대해 “약한 여자”라거나 “재판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등 대통령 권위와 품격을 대리인단이 오히려 떨어뜨린 꼴이어서다. 이 권한대행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다시는 있어서 안 되는 재판이니 품격 있는 재판을 해 달라”고 당부했듯, 탄핵심판이 난장판이 돼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27일 최종변론에서 유종의 미를 보여주기 바란다. 

김민순 사회부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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