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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패럴림픽은 들러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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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4 22:08:55 수정 : 2017-04-11 14: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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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강원도 평창 출장이 부쩍 늘었다. 요즘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는 대회를 앞두고 종목별로 테스트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붐업 조성이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평창 가는 길 곳곳에는 홍보물이 붙어 있어 올림픽 열기는 조금씩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의 무관심과 소외는 여전하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횡성을 지나 평창 가는 길 우측 산 중턱을 보면 ‘2018 동계올림픽’이라는 하얀색 대형 글씨가 써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12일 뒤면 패럴림픽이 열리는데 대형 글씨판에는 올림픽만 강조돼 있다. 2년 전 체육부에 와서 줄곧 장애인체육을 담당하는 기자에겐 마음 한구석이 아픈 문구다. 하물며 장애인체육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평창휴게소 인근에서 촬영된 사진. 산 중턱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란 홍보 문구가 써있다. ‘패럴림픽’은 문구에서 빠져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조직위원회 공식 명칭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뿐 아니라 이희범 조직위원장조차 패럴림픽을 종종 빼먹는다. 지난 23일 이임한 김성일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와 관련해서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얼마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평창 조직위로 파견 갔던 직원 3명이 다시 돌아왔다. 조직위에서 패럴림픽을 소홀히 여기자 참다 못한 김 전 회장이 내린 조치였다. 이들은 조직위가 패럴림픽부를 패럴림픽국으로 격상한다는 약속을 받고 24일 조직위로 복귀했다.

그러나 단순히 조직 명칭이 패럴림픽국이 된다고 해서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조직위뿐 아니라 강원도 그리고 개최도시인 평창군 등 역시 홍보물을 제작할 때 패럴림픽을 자주 간과한다. 조직위 일부 공문에서는 명칭에서 패럴림픽을 아예 빼버린 적도 있다. 

유튜브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위원회 공식 계정과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위원회 공식 계정 비교. 평창은 올림픽만 명시돼 있고 도쿄는 패럴림픽도 함께 들어가 있다.
유튜브 캡처
다음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 조직위와 비교하면 패럴림픽을 괄시하는 평창의 현실은 더욱 아쉽다.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올림픽이 메인이다. 패럴림픽 정보를 찾으려면 우측 상단에 작게 표시된 ‘패럴림픽 바로가기’를 따로 눌러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올림픽과 패럴림픽 로고를 나란히 올려놨다. 공식 유튜브 계정도 마찬가지다. 각 조직위는 유튜브에 공식 계정을 만들고 동영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 대회를 홍보한다. 평창 조직위 공식 계정 프로필과 배경 사진을 보면 오직 올림픽과 오륜기뿐이다. 반면 도쿄 조직위 계정은 홈페이지와 마찬가지로 올림픽과 패럴림픽 로고를 나란히 배치했다.

1896년 막을 올린 올림픽과 달리 패럴림픽은 1960년 시작했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패럴림픽의 위상은 올림픽 못지않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는 206개국 1만900여명이 참가했는데 리우패럴림픽에는 177개국 4350여명이 출전했다. 올림픽은 총 610만장 중 90%, 패럴림픽은 330만장 중 86%가 판매될 정도로 리우시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최형창 기자
패럴림픽은 올림픽 부속 대회가 결코 아니다. 패럴림픽은 함께라는 뜻의 그리스어 ‘파라(Para)’와 올림픽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공존하는 대회란 뜻이다. 올림픽 하나도 제대로 치르기 빠듯하다는 조직위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다고 하더라도 패럴림픽에서 허점을 보이면 국제 망신 아닐까. 23일 유동훈 문체부 2차관은 장애인체육회장 취임식에서 ‘패럴림픽 퍼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빈말이 되지 않도록 남은 1년 우리 모두 패럴림픽에도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

최형창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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