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희궁갤러리] 추사 세한도까지 이어온 원대 문인화의 원류

관련이슈 경희궁 갤러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3-01 02:26:17 수정 : 2017-04-11 14:38: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맹부 ‘작화추색도권’(鵲華秋色圖卷) 조맹부는 중국 원대 화단의 대표적 인물이다. 원대 이후 그림에 제발문이 가득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는 조선의 그림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경은 이렇다. 몽골인들이 남송을 멸망시키고 화원제도를 폐지하면서 생긴 일이다. 말 위에서 세상을 얻은 몽골인들에게 화원은 불필요한 존재였다. 자연스럽게 그 빈자리를 문인화가들이 채우게 된다.

화원에 비해 기교나 디테일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지만 학문에서는 일가견이 있던 문인들은 그림에 서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제발문으로 나름의 화풍을 만들어 나간다. 산수화에서도 진경산수보다 필묵 위주로 그림을 이끌어 갔다.

(93.2×28.4㎝,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조맹부의 대표작이 ‘작화추색도권’이다. 뾰족한 산봉우리를 풀어진 밧줄의 꼬불꼬불한 모양과 연잎줄기 모양의 골로 표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맹부 나름의 준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의 전체는 평원에 두 산봉우리가 좌우에 위치하고 그 사이를 서예의 필법이 느껴지는 성긴 나무들과 집이 위치한 모습이다. 가을빛이 감도는 풍경이다.

조맹부는 서예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화원의 기교를 넘어 자의적 그림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서화동일체를 이뤘다.

이 지점에서 국보로 지정된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떠올려 보게 된다. 조맹부가 추구했던 그림 세계의 본체를 보는 듯하다. 문기 가득한 원대의 그림을 조선의 추사가 완결시킨 모습이다. 추사가 위대한 이유다. 세한도는 논어(論語)의 자한(子罕)편에서 따온 말이다. 바로 ‘추운 계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 있음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는 구절이다.

세한도는 겨울 추위 속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고 나무들 사이에 가난한 집 한 채가 놓여 있는 모습이다. 추사가 세한도를 그린 시점은 제주 유배시절이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추사에게 뜻밖의 선물이 전달된다. 통역사로 청나라를 드나들었던 제자 이상적이 현지에서 구한 귀한 책들을 보내준 것이다.

추사는 어려운 시절에도 자신을 잊지 않고 챙기는 제자의 모습에 감동해 세한도를 그려 화답했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알아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추사는 그 고마움을 세한도 속에 담은 것이다.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있음을 알기 마련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