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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실리도 잃은 생보3사 자살보험금 지급…소비자는 '뒷전'

입력 : 2017-03-02 14:49:37 수정 : 2017-03-02 1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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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3사, CEO 위태로워지자 허겁지겁 지급 결정
앞서 전액 지급 결정한 보험사만큼 제재 수위 못 낮출 듯
"대형보험사가 내 보험금 잘 챙겨줄 것"이라는 신뢰도 낮아져
.
생명보험 '빅3'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위기에 몰리고서야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등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관을 통한 소비자와의 약속은 '뒷전'으로 밀렸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3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자살보험금 지급 방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까지 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면 모든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버티던 보험사들이 결국 약관을 통해 소비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문제의 시작은 보험사들이 고객과 약속을 명시한 약관에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명시해두고는 일반사망보험금을 준 데서 시작됐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를 발견한 고객과 금융감독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보험사들은 "약관을 잘못 작성하는 실수가 있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물론 자살을 재해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살이 재해든 아니든 보험사들이 약관에 그렇게 써 뒀다.

금감원이 대대적인 현장검사를 벌인 뒤 제재를 통보하자 보험사들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걸고, 보험금 지급을 미뤘다.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소비자들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은 하나둘씩 지나갔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약관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을 때 자살보험금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을 기회가 있었다. 이때 일부 보험사들이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같은 해 11월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약관에 적어놓은 약속을 지키라"는 금감원의 압박에 10곳이 넘는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도 지급했다.

그러나 대형 3사만은 예외였다.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반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는 명분을 들어 꿈쩍하지 않았다.

배임 문제가 있다던 생보사들은 금감원이 최근 CEO 해임권고, 보험업 인허가 취소에 이르는 중징계를 예고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보험금 '일부' 지급 방안을 내놨다.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생긴 2011년 1월 24일 이후 발생한 건부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2011년 1월 24일에 청구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1월 23일에 청구한 사람은 하루차이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어서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만졌지만 결국 전액 또는 전건 지급으로 생보사들을 움직인 것은 '소비자'보다는 'CEO'였다.

교보생명은 오너 CEO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금감원 제재 결정 직전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을 결정했다.

CEO가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다른 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

제재심에서 CEO 문책경고를 받은 삼성생명도 '김창수 사장 구하기'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미지급 자살보험금 1천608억원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이 중심이 되는 '삼두마차'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생명 대표이사 자리가 중요해져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뒤늦게라도 전액 지급을 결정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최종 제재 수위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가 과징금 부과 처분만 받은 데 비해 시간을 끈 대형 3사의 영업 일부 정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3사 중 가장 먼저 지급 결정을 밝힌 교보생명도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은 피하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삼성·교보·한화생명은 '대형 보험사가 소규모 보험사보다는 안정적이고 내 보험금을 잘 챙겨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신뢰도 일정 부분 잃게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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