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국이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제기한 지 정확히 39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중국은 그야말로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상전벽해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개혁·개방 초기 연평균 9%를 넘는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이제는 초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주요 2개국)로 부상했다. 중국의 극적인 성장은 변검의 화려함을 연상케 한다. 1996년부터 100여회 중국을 찾은 한 지인은 “엄청난 변화가 중국을 휩쓸었다”고 했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
중국의 성장과 함께 대외정책도 변화를 거듭했다. 개혁개방 초기 발톱을 숨기고 조용히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시작으로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시대를 거쳤다.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부상은 주변국과의 평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화평굴기(和平?起)로 한 차례 변화를 주더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할 일을 하겠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를 대외정책으로 천명했다. 작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중국의 보복은 “강해진 중국을 바탕으로 세계를 주도한다”는 의미인 주동작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제국주의 시대 함포외교의 세련된 표현인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흑과 백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롯데에 대한 압박과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의 금한령, 이제는 관광금지까지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보복 수위는 분명 우리에게는 위기상황이다. 그렇잖아도 국내 상황이 복잡해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 이 같은 중국의 압박이 우리에게는 뼈아프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속에서 중국이라는 국가의 본질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변검과도 같은 화려한 변화 속에 우리가 간과했던 중국의 민낯을 마주하게 됐다. 자신의 뜻과 의지에 맞지 않는다면 라오펑유(오랜 친구)도 언제든 짓밟을 수 있다는 무서운 집념을 엿본 것이다. 과거 티베트에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서도, 남중국해에서도 중국은 그렇게 해왔지만 우리는 ‘경제 때문에, 통일 때문에’를 명분으로 애써 외면해 왔던 중국의 실체를 이제서야 맞닥뜨리게 됐다.
실체를 봤으니 이제는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단기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에 우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건 수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 한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다면 이는 사건 방향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우리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정부와 국회, 정치인과 언론, 국민들은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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