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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남녀징병제 부활시킨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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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6 21:48:00 수정 : 2017-04-11 15: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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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사 위협에 7년 만에 재도입
한국 도입하려면 성차별부터 없애야
북부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자원입대하던 모병제가 폐지되고 징병제가 부활한다. 스웨덴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자국 젊은이의 의무복무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징집대상에 포함된다. 만18세 남녀 1만3000명 징집대상 중 심리 및 신체검사를 통과한 4000명을 선발한다. 복무기간은 9~12개월이다. 의무복무 후에는 직업군인이 되거나 제대 후 예비군으로 편성된다.

스웨덴은 중도우파 정부가 2010년 징병제를 폐지했었다. 하지만 7년도 안 돼 오히려 좌파정권이 의무복무를 재도입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러시아 전투기가 스웨덴 방공망을 여러 차례 침투하면서 국가적 우려도 커졌다. 정계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국방력 강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국가 안보가 어떤 사안보다도 우선순위에 있다는 국민적 합의도 있었다. 2016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6%가 여성 징집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스웨덴은 중립국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녀 모두 복무하는 징병제를 시행한다. 국방에는 남녀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더불어 여성의 능력을 사회적으로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의미다. 스웨덴 정부는 우수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녀 모두를 징집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여성이 군에서도 남성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10개국 정도다. 대부분 안보적 위협이 심각한 국가에서다. 아랍과 오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 모잠비크, 수단 등 6개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의 쿠바와 볼리비아가 불안한 국내외 정세를 우려해 여성을 징집한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모병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여성에게도 7년의 군복무를 강요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현재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모두 개도국이다. 이들 국가의 집권세력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징집제도를 이용한다. 그런데 최고의 복지와 성 평등을 추구하는 선진국 스웨덴이 남녀 징병제를 도입했다. 이어 네덜란드 정부도 최근 여성을 징병대상에 포함했다. 17세가 되는 여성도 징집통지서를 받게 된다. 여성 정치인과 단체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복무 ‘권리’를 갖게 됐다. 네덜란드는 국방장관도 여성이다.

전쟁 위험이 없는 북유럽 국가에서도 여성의 병역의무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 일고 있던 여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논의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병역의무를 포함한 진정한 남녀평등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사회 내 성 평등 수준이 제고돼야 한다. 북유럽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비율은 70%를 넘는다. 성별 간 임금격차도 없다. 할당제를 통해 국회의원과 공공 및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도 40%에 달한다. 일과 양육 병행시스템 역시 세계 최고수준이다. 사회 내 차별이 없어지면 우리 여성도 앞장서서 입대할 것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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