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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만 해선 소용없어… 경제체질 바꿔 경쟁력 키워야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귀국하던 날의 일이다. 밤 10시가 넘어 인천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경기도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 택시를 기다렸다. 오랜 해외 생활 끝의 귀국이라 짐이 많았다. 택시들이 다가왔지만 이내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몇 대를 보냈는지 모르는 사이에 밤 12시가 훌쩍 넘었다.

승차거부 이유는 단순했다. 짐이 많은 데다 불과 10분 내 거리를 가자고 했으니 택시기사 입장에선 내가 기피승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나 혼자만 경험한 게 아니다. 결국 택시잡기를 포기하고 중학교 동창의 도움을 받아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4년간의 베이징 특파원 소임을 마치고 고향 땅을 밟은 한국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어진 장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7시쯤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콜택시를 불렀다. 그러나 인근에는 택시가 없다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그렇게 다섯 차례 더 시도하며 30분 정도를 낭비했다.

문득 베이징에서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돌발적인 폭우가 내리던 날 밤 12시쯤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날 휴대전화에 설치한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접속해 편하게 귀가했다. 디디추싱은 휴대전화를 통해 즉석에서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다. 중국판 우버다. 필자는 비 오는 날 택시 잡기가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서 더블 요금을 제시했다. 적어도 택시 서비스에 관한 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보다 시장친화적인 셈이다. 디디추싱은 콜택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인터넷과 지리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승차하는 사람 주변의 차들을 쉽게 찾아준다는 게 디디추싱이 콜택시보다 진화한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디디추싱처럼 승객과 택시기사가 요금을 협상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디디추싱의 경우 눈비가 내리거나 승객이 뜸한 시간대에 택시기사가 정상 요금보다 2∼3배 요금을 부르기도 한다. 바가지 요금 우려가 없지 않지만 승객이 짜증스럽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일방적으로 보복 조처를 취하는 중국의 행태는 ‘막가파’를 방불케 한다. 사드 배치가 빨라질 수록 중국의 보복은 더욱 거칠고 강력해질 것이다. 자연스레 한국 내 반중 감정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요즘 중국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주창해 외교원칙이 된 내정 불간섭을 스스로 어기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달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갑질을 일삼는 중국을 향해 무턱대고 욕해봐야 소용없다. 콜택시에 비해 후발주자인 디디추싱이나 한 회에 1위안(약 170원)이면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 공유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쟁력 있는 중국의 단면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베이징 주재 한국 기업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잊었던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정책적으로 계란을 하나의 바구니(중국)가 아닌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기업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빠르게 진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사드 핑계가 사라지는 날 우리는 무엇으로 중국을 상대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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