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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린 착취당하지 말아야만 하는데/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이 1908년 3월8일 여성 섬유노동자 시위를 묘사한 ‘빵과 장미’의 한 구절이다. 빵은 생존을 위한 육체의 양식을, 장미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정신의 양식을 상징한다. 당시 여성노동자 1만5000여명이 뉴욕의 광장에 모여 노동환경과 여성 지위의 개선을 요구했다. 1910년 독일 여성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이 뉴욕 시위를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을 제안했고, 이듬해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나혜석·허정숙 등 1세대 여성운동가들을 중심으로 1920년부터 동참했다.

그해에 국내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가 창간됐다. 제1호에 실린 창간사는 “사회를 개조하려면 먼저 사회의 원소인 가정을 개조하여야 하고, 가정을 개조하려면 가정의 주인 될 여자를 해방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해방이 사회개조의 전제라는 주장이다. 주필 김일엽은 제2호에 게재한 ‘우리 신여자의 요구와 주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선 여자 사회에 고래로 행하여 내려오던 모든 인습적 도덕을 타파하고 합리한 새 도덕으로 남녀의 성별에 제한되는 일이 없이 평등의 자유, 평등의 권리, 평등의 의무, 평등의 노작(勞作), 평등의 향락 중에서 자기발전을 수행하여 최선한 생활을 영(營)코자 함이외다.” 당시 세태에 비추어 보면 꽤 과격한 논조다. 이 잡지는 여성해방을 최우선 과제이자 최종 목표로 내세워 후대의 여성운동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에서 여성은 교육·사회활동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한 채 희생만 강요당했다. 여성운동은 이처럼 열악한 처지에 놓인 여성의 권리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사회운동이다. 오늘날 여성운동은 진일보했다. 모든 사람의 평등·평화·인권·복지를 지향하면서 ‘성 평등사회 실현’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육아·가사노동 등의 부담을 짊어진 채 고용 등 숱한 분야에서 차별을 겪는다. 갈 길이 멀다.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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