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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듯말듯 봄의 ‘밀당’에 지쳐… 초록위안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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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9 10:00:00 수정 : 2017-03-09 15: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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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끝…전남 고흥의 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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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살을 에는 바람은 없다. 차긴 해도 바람에 따스함이 실려 있다. 한동안 피했던 바람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봄은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처럼 다가온다.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만나는 순간 무장해제다.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향수를 자극한다. 
초록빛으로 변한 전남 고흥의 들녘 풍광은 화려하진 않지만 생명이 움트는 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파릇파릇하게 고흥의 대지를 덮고 있는 것은 마늘과 양파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어른 무릎 정도까지 줄기가 나왔다. 겨울이 끝날 때 만나는 푸른 들녘의 초록빛은 어떤 색보다 따스함을 품고 있다.
봄도 그렇다. 겨우내 추위를 피해 따뜻한 집에서 움츠렸던 우리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여기저기서 봄 소식이 들려오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처럼 가슴이 쿵쾅거린다. 꽁꽁 얼어붙었던 세상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를 품게 한다. 이제 슬슬 봄이 주는 마력에 빠져들 때가 오고 있다.

봄 소식을 알리는 대표 주자는 꽃이다. 따뜻함이 먼저 당도하는 남쪽에서부터 꽃망울은 터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꽃보다도 봄 내음을 더 일찍 알리는 것은 땅이다. 남도의 땅에선 초록빛이 대지를 감싸고 있다. 그간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던 땅이 어느새 대지를 뚫고 솟은 밭작물로 뒤덮여 있다. 봄의 신령이 있다면 그동안 써먹지 못해 창고에 쌓아놓기만 했던 봄의 색깔을 곳곳에 뿌리고 있는 듯싶다.
봄의 색을 찾으러 간 곳은 육지이지만 섬과 같은 전남 고흥이다. 보성과 순천을 거쳐야만 닿을 수 있는 땅이다. 고흥은 폭 2㎞에 불과한 지협(地峽)에 의해 보성과 이어져 있다. 남쪽 끝이어서 서울에서 출발하면 승용차로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최근엔 KTX로 순천역에 도착해 여행을 시작하면 수월하다. 순천에서 고흥까지는 승용차로 40분 정도면 도착한다.
전남 고흥 인학마을은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 마치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린다. 매화가 만발해 봄이 한창임을 알려주는 모습보다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기 위해 핀 몇 그루의 매화가 더 큰 여운을 준다.
전남 보성, 순천 등에 비해 남쪽에 있지만 인근 지역이어서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봄꽃이 피는 이맘때는 하루하루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고흥 인학마을의 볕 잘 드는 산등성이는 하얗게 변해 있다. 겨울에 왔던 눈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 멀리서 보면 마치 흰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매화는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선포한다.
고흥 곳곳에 핀 매화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3월 중순이면 온 산이 하얗게 물들 테지만, 누구보다 빨리 봄을 만나기 위해 찾은 여행객들에겐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매화가 만발해 봄이 한창임을 알려주는 모습보다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기 위해 핀 몇 그루의 매화가 더 큰 여운을 준다.
고흥 능가사에 핀 동백꽃.
매화뿐 아니라 동백도 함께 봄을 거든다. 겨울부터 피지만 고흥 팔영산 줄기의 사찰 능가사엔 춘백이라 해 동백이 봄에 핀다.

이제 드문드문 피기 시작한 동백은 날이 더 따뜻해지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그러다 절개를 뜻하는 꽃말처럼 그 모습 그대로 땅에 떨어지면 주위는 붉게 변하게 된다.
고흥 능가사에선 팔영산 여덟 봉우리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능가사에선 팔영산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중국 위왕이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감탄해 찾아와 제를 올리고 그 이름을 팔영산이라고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여덟 봉우리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능가사다. 팔영산에는 10㎞에 이르는 30∼40년생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어 봄철 산행코스로 제격이다.
보물로 지정된 고흥 능가사 대웅전.
꽃들이 화려한 색으로 봄을 알린다면, 초록빛으로 변한 들녘 풍광은 화려하진 않지만 생명이 움트는 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파릇파릇하게 고흥의 대지를 덮고 있는 것은 마늘과 양파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어른 무릎 정도까지 줄기가 나왔다. 고흥을 돌아다니면 곳곳이 푸른 들녘이다. 이곳에선 당연한 풍광이지만, 봄을 찾아온 상춘객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봄 풍경이다. 겨울이 끝날 때 만나는 푸른 들녘의 초록빛은 어떤 색보다 따스함을 품고 있다.

고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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