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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으로 변한 전남 고흥의 들녘 풍광은 화려하진 않지만 생명이 움트는 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파릇파릇하게 고흥의 대지를 덮고 있는 것은 마늘과 양파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어른 무릎 정도까지 줄기가 나왔다. 겨울이 끝날 때 만나는 푸른 들녘의 초록빛은 어떤 색보다 따스함을 품고 있다. |
봄 소식을 알리는 대표 주자는 꽃이다. 따뜻함이 먼저 당도하는 남쪽에서부터 꽃망울은 터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꽃보다도 봄 내음을 더 일찍 알리는 것은 땅이다. 남도의 땅에선 초록빛이 대지를 감싸고 있다. 그간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던 땅이 어느새 대지를 뚫고 솟은 밭작물로 뒤덮여 있다. 봄의 신령이 있다면 그동안 써먹지 못해 창고에 쌓아놓기만 했던 봄의 색깔을 곳곳에 뿌리고 있는 듯싶다.
전남 고흥 인학마을은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 마치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린다. 매화가 만발해 봄이 한창임을 알려주는 모습보다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기 위해 핀 몇 그루의 매화가 더 큰 여운을 준다. |
고흥 인학마을의 볕 잘 드는 산등성이는 하얗게 변해 있다. 겨울에 왔던 눈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 멀리서 보면 마치 흰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매화는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선포한다.
고흥 곳곳에 핀 매화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
고흥 능가사에 핀 동백꽃. |
이제 드문드문 피기 시작한 동백은 날이 더 따뜻해지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그러다 절개를 뜻하는 꽃말처럼 그 모습 그대로 땅에 떨어지면 주위는 붉게 변하게 된다.
고흥 능가사에선 팔영산 여덟 봉우리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
보물로 지정된 고흥 능가사 대웅전. |
꽃들이 화려한 색으로 봄을 알린다면, 초록빛으로 변한 들녘 풍광은 화려하진 않지만 생명이 움트는 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파릇파릇하게 고흥의 대지를 덮고 있는 것은 마늘과 양파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어른 무릎 정도까지 줄기가 나왔다. 고흥을 돌아다니면 곳곳이 푸른 들녘이다. 이곳에선 당연한 풍광이지만, 봄을 찾아온 상춘객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봄 풍경이다. 겨울이 끝날 때 만나는 푸른 들녘의 초록빛은 어떤 색보다 따스함을 품고 있다.
고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고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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