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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800년 도시의 역사를 좇아… 하루종일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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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2 10:00:00 수정 : 2017-03-09 02: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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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
발트 3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가 대성당. 돔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성당 위의 수탉은 풍향계로 사용되고 있는데 리가가 한 때 해양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준다.
창을 열고 내다 본 풍경은 동화 속 세상 같다. 저 멀리 높게 솟은 성당의 청록색 첨탑이 고즈넉이 서있다. 그 아래로 빨간색 지붕들이 붉게 떠오르는 태양빛에 반사돼 더 선명한 빛을 뽐낸다. 발트해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이 도시를 흐르는 다우가바강을 따라 올라와 도심 위를 낮게 날아다닌다. 차가운 바람이 그림 같은 풍경을 거슬러 불어와 무거운 머리를 상쾌하게 깨워준다. ‘발트 해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의 아침 풍경이다.

러시아로부터 독립 후 라트비아에 세워진 맥도널드가 있는 상징적인 건물 주변의 풍경.
 
겨울 광장의 놀이기구.
호텔이 올드리가(Old Liga)라고 불리는 역사지구에 위치한 덕에 800년이 넘는 오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유네스코 역사유산에 등재된 리가의 역사지구는 중세 도시 구조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들이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양적,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다. 또 19세기에 지어진 목조 건축물이 매우 훌륭하게 평가돼 세계유산 등재의 이유가 됐다.

돔 광장 주변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증권 거래소 건물.
1225년 건축된 성 야고보 성당. 1523년 최초로 라트비아어로 미사가 열린 곳이다.
리가 존슨 교회
19세기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은 덩굴식물과 섬세한 꽃무늬를 모티브로 한 반복적인 패턴으로 건물 외벽과 철제난간 등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된 이 양식은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시대를 고풍스럽고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특히 19세기 경제적 번영과 맞물려 아르누보 양식으로 치장된 리가의 건물들은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리가 시청사
리가의 타운홀 광장
북구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두텁게 차려입고 호텔을 나서 자갈길 위로 한걸음 한걸음 내 딛는다. 자갈로 이뤄진 울퉁불퉁한 길바닥이 현대의 도시가 아닌 중세의 도시를 걷는 느낌이다. 800년을 번영해 온 역사의 흔적이 골목골목 위치한 건축물들에 그대로 비친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아르누보의 건축양식이 뒤섞여 골목길마다 다른 느낌의 건물들이 손짓하며 이끈다. 겨울의 흔적으로 곳곳에 쌓여 있는 하얀 눈 더미는 세월의 비밀을 덮은 듯하다. 

이른 아침 조용한 골목길에 앉아 떠들고 있는 라트비아의 사람들.
이른 아침 조용한 골목길 산책을 즐기는데 갑작스레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니 길에 앉아 떠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젯밤 늦게까지, 아니 조금 전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고 일을 마친 악단들이었다. 어느 카페나 바에서 지난밤을 보냈으리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흥에 겨운 듯 술 취한 목소리까지 들린다. 학생들인지 여러 명이 독특한 복장으로 무리 지어 걸어간다. 리가가 한때 ‘동유럽의 파리’, ‘구소련의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불리며 유흥과 환락의 도시로 알려져 있었던 것을 실감케 했다. 

발트 3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가 대성당. 돔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그들이 떠난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니 보니 돔 성당이 보인다. 발트 3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라고 한다. 6768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는 오르간 연주를 비롯한 콘서트홀로 이용되고 있는데, 장엄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라트비아 의회 건물로 향했다. 1991년 독립 당시 대통령이 이 건물의 발코니에서 독립을 선포했다. 

중세의 가옥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는 ‘삼형제의 집’. 폭이 좁은 왼쪽의 건물이 15세기에 지어졌으며 그 옆 레우템과 담스템의 집은 각각 17세기와 18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의회 건물 옆으로 색깔이 다른 세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중세 가옥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삼형제의 집’이다. 폭이 좁은 왼쪽의 건물이 15세기에 지어졌으며 레우템과 담스템의 집은 각각 17세기와 18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특이한 건물 색깔의 조화로 여행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상적인 외관과 함께 내부 장식과 부속물들도 당시의 모습 그래도 보존돼 있다.

철탑이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성 베드로 성당.
자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철탑이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성당 앞에 이르렀다. 성 베드로 성당이다. 한때 유럽에서 제일 높은 철탑이었다고 한다. 하늘 높이 솟은 첨탑이 도시 전체를 굽어보고 있는 듯하다. 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니 재미있는 동물들의 동상이 보인다. 독일 그림형제의 유명한 ‘브레멘의 악사’에 등장하는 동물들이다. 자유로운 땅, 브레멘을 찾아 떠나는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이 서로 의지해 하나의 동상으로 서 있다. 브레멘 출신의 알베르트 대주교를 기념하기 위해 독일 브레멘시가 기증했다고 한다. 그들 중 하나인 당나귀 발은 반질반질하다. 소원을 빌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만져서다. 어디서나 소원을 위한 기도는 행해지나 보다.

그림형제의 유명한 ‘브레멘의 악사’에 등장하는 동물들. 자유로운 땅 브레멘을 찾아 떠나는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이 서로 의지해 하나의 동상으로 서 있다.
또 다른 성당 위에는 수탉이 앉아 있는 모습의 첨탑이 서있다. 풍향계로 사용되고 있는데 리가가 한 때 해양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준다. 수탉의 부리가 시내를 향하고 있으면 바람을 타고 배들이 시내로 들어오는 날이라 광장마다 큰 장이 섰다고 한다. 특히 리가의 성당 첨탑에는 수탉들이 많은데 새벽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수탉이 어둠을 쫓고 빛을 불러주는 성스러운 동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옛 시청에 자리 잡은 중세풍의 화려한 ‘검은 머리 전당’. 중세 상인 모임인 ‘검은 머리 길드’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리가 대길드
리가 소길드
옛 시청에 자리 잡은 중세풍의 화려한 건물은 ‘검은 머리 전당’이라는 재밌는 이름이 붙어있다. 중세 상인의 모임인 ‘검은 머리 길드’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길드와 관련된 대길드와 소길드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검은머리 전당 맞은편에 있는 지붕에 검은색 고양이 모형이 올려져 있는 노란색 건물. 리가 고양이의 집으로 불린다.
검은머리 전당의 맞은편에는 지붕에 검은색 고양이 모형이 올려져 있는 노란색 건물이 서 있다. 이름도 고양이 집이다. 지붕에 검은 색 고양이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리가 시내의 밤 풍경
리가 시내 스웨덴의 문
특별히 지도에 표시를 하고 관광지를 찾아보기보다 그저 눈에 띄는 건물 따라 발길 이끄는 데로 다녔다. 지역 전체가 문화유산이다 보니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화려한 건축물이 낯선 방문자를 환영해 주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하루가 다 가도록 리가의 도시를 돌아보았다. 
국회 의사당은 19세기 지어진 건물로 구시가지 건물 중 가장 최신 건물이다. 1991년 독립 당시 대통령이 이 건물의 발코니에서 독립을 선포했다고 한다.
돔 광장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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