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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사드 보복·탄핵사태
8000만 한민족 전체의 위기
한반도 주변 안보격랑 극심
온 국민 지혜 모아 헤쳐가자
동해의 바닷물을 서해에 아무리 퍼다 부어도 동해물은 마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해가 넘치지도 않는다. 동해와 서해는 연결된 하나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그렇고, 수도권과 지방이 그렇다. 호남과 영남, 영동과 영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8000만 한국인은 하나의 민족이다. 남북으로 분단되고, 여야로 갈리고, 이념·빈부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는 핏줄과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는 같은 한민족이다.

지금 한민족이 위기다. 북이나 남이나 마찬가지다. 김일성 일가가 3대째 종신 집권하고 있는 북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릅쓰고 핵과 미사일 개발 강행과 인권 유린, 테러 등을 자행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낸 6·25 남침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각종 군사 도발과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장성택에 이은 김정남 살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북 직접 타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조정진 논설위원
남한은 대통령 탄핵 소추 찬반을 놓고 국론이 분열돼 벌써 반년 가까이 나라가 두 동강 나 있다. 나날이 고도화되어 가는 북핵을 대비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하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은 점입가경이다. 아직 결정도 안 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자칭 대선 후보들은 중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면서도 나라를 어떻게 지키겠다는 대책이 없다.

중국 고대사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와 우리나라 역사서 삼국사기를 다시 읽었다. 두 책 모두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왕조들의 흥망성쇠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나라 간 영토 갈등과 왕조의 몰락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지배층의 권력 투쟁과 국론 분열이 패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제18대이자 11명째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이 내일 헌법재판소에서 결판날 모양이다. 통합진보당 해체, 개성공단 폐쇄, 청탁금지법 시행, 원전비리 척결, 전두환 추징금 환수 등 굵직한 결단들이 기억된다. 특히 동맹국의 만류에도 중국 톈안먼 망루까지 오르며 대중 외교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시도하던 의지와 지뢰도발 때 북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낸 것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야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포함해 조기 퇴임한 윤보선·최규하, 재임 중 암살된 박정희, 퇴임 후에 구속되거나 서거한 전두환·노태우·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 10명 중 7명이 불행한 전철을 밟았다. 외환난을 초래한 김영삼, 대북송금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김대중, 4대강 의혹이 여전한 이명박까지 포함하면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내년에 정부 수립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미우나 고우나 대통령은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다. 국내에서는 국군통수권을 포함한 최고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기관이다. 대통령의 불행은 국가의 불행이고,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다. 사기와 삼국사기처럼 대한민국 역사도 대통령의 성패를 중심으로 기록될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엊그제 서울 남산에 올랐다. 꽃샘추위로 막 피려던 개나리 몽우리들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움츠러든 반면, 겨우내 바람서리를 이겨 낸 소나무는 철갑을 두른 것처럼 멀쩡했다. 희망이 보였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까워지듯이 이 난국도 곧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세종대로변에 3·1절 때 게양한 태극기들이 아직도 펄럭인다. 청색과 홍색으로 서로 얽힌 태극 문양은 하늘과 땅, 바다와 태양, 음과 양을 의미하지만 마치 분단된 남북을 닮았다. 태극을 에워싸고 있는 4괘는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을 상징하는 것 같다. 4개국 모두 패권 국가들이고,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마초(macho)들이다. 몽골 지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쳤지만 다시 깨어나 독립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조만간 꽃으로 화려해질 우리 강산 대한민국과 대한사람들을 부디 하느님이 굽어살피길 바랄 뿐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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