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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상호 존중' 배우는 아이들…세네갈 소년원의 '펜싱 프로젝트'

입력 : 2017-03-09 11:25:17 수정 : 2017-03-09 2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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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70km 정도 떨어진 서부 도시 티에스(Thiès). 이 지역의 한 소년원에서 외출 준비를 마친 아이들이 한 줄로 늘어섰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체육관이다. 수감자들을 위한 펜싱 수업이 매주 두번 열리는 곳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이 소년원의 새로운 실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험명은 펜싱 수업을 통한 소년원 수감자들의 갱생 프로젝트이다.

 

세네갈 티에스의 한 소년원이 수감자들을 위한 갱생 프로젝트로 펜싱 수업을 진행해 시선을 끌고 있다. 여성 교도관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수감자를 돕고 있다. 미국 CNN 캡처


수업에 참여 중인 수감자들의 나이는 13~17세로, 대개 절도나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불법 낙태로 철창 신세를 진 여성 청소년들도 있다.

여러 사회단체와 손잡고 펜싱 프로젝트를 실험 중인 소년원 측은 관련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질서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펜싱이 향후 세상으로 나갈 아이들이 사회 규칙에 쉽게 적응하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배 후 내면에서 일어날 여러 감정의 교차점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소년원이 펜싱 프로젝트를 벌이는 이유다.

프로젝트를 계획한 소년원 관계자는 “펜싱에는 수많은 규칙이 있다”며 “처음에 펜싱이 뭔지 몰랐던 아이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운동에 푹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소년원 측이 펜싱 프로젝트 계획을 밝히자 수감자들의 신청이 쇄도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엔이 지난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네갈 소년원에 수감 중인 아이들은 1800명에 달한다.

 
세네갈 티에스의 한 소년원 내 체육관에서 여성 교도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감자들이 펜싱 시합을 하고 있다. 소년원은 각종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질서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펜싱이 향후 세상으로 나갈 아이들이 쉽게 사회 규칙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CNN 캡처


세네갈 법무부는 애초 소년원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수감 중인 아이들에게 ‘무기’를 쥐게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규칙을 따르고 정정당당한 승부로 사회성까지 겸비하게 된 아이들은 사회에 나갈 준비도 충실히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펜싱을 배우고 연습하는 교도관도 늘면서 아이들과 관계가 대폭 개선됐다는 평도 나온다.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강압적으로 다루려던 교도관들이 훈련 시간에는 강사로 변신, 스킨십을 늘렸고 나중에는 수감자들도 교도관들을 믿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지금까지 100여명이 펜싱 수업을 받은 가운데 몇몇은 전문 트레이너를 꿈꾸고 있다. 실제로 만기 출소한 한 여성 청소년은 트레이너가 되어 소년원 관계자들과 재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싱이 단순한 운동일 뿐만 아니라 수감자들의 인생 2막을 제시하는 길인 셈이다.

 
세네갈 티에스의 한 소년원 내 체육관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이 청소년에게 펜싱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미국 CNN 캡처


CNN은 “세네갈 법무부는 연내 모든 소년원의 교도관들에게 펜싱 프로젝트의 효과와 수업 방식 등을 전파할 예정”이라며 “수도 다카르에서 약 70km 떨어진 티에스에서 시작된 펜싱 프로젝트의 영향력이 전국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년원 관계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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