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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신의 침묵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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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0 00:55:53 수정 : 2017-04-11 15: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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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일본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동안 많이 제작되었다. ‘쇼군’, ‘라스트 사무라이’… 최근 ‘핵소고지’까지 그렇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은 이유는 선진화된 경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지닌 독특한 문화에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사일런스’는 일본에서의 천주교 박해를 다룬다.

‘사일런스’는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17세기 일본에서 천주교 박해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루페(에덤 드라이버)는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를 찾아 일본으로 간다. 그러나 그들 또한 강한 탄압으로 결국 배교하거나 사망하게 되면서 고통에 침묵하는 신에 대해 깊이 고뇌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일본이 지닌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중시하고 보존한다. 그러나 일본은 서구문물을 빨리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했다. 반면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와 같은 정신문화의 유입은 철저히 차단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상인들의 교역을 통해 천주교가 전파되자 당시 일본 지배층은 천주교를 일본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위험요소로 간주해 종교를 탄압한 것이다. 16세기 일본 막부가 단행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에서 보듯이 일본 위정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집요하고 체계적으로 천주교를 박해했을 뿐 아니라 신부들 또한 배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지금도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도의 비중은 지극히 낮다.

감독의 신앙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담겨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여러 차례 “최종 목표는 소설 ‘침묵’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그린 ‘예수 최후의 유혹’ 이후 ‘침묵’을 각색하기까지 15년, 작품을 완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영화는 신자들이 고문과 학살을 당하는 모습, 간절히 기도하지만 침묵하는 신, 한 인간의 종교적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과정을 차분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후보에 오를 만큼 영상미가 빼어나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은 물론 쓰카모토 신야를 비롯한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열연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숙연해진다. 무엇이 진정한 신앙이며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고난의 순간, 신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의 배교로 신도들을 살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신부 로드리게스의 딜레마는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강력한 국가주의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신도들과 주민들은 관료의 지시나 국가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침묵한다. 이러한 일본의 국가주의는 ‘쇼군’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핵소고지’에서도 잘 나타난다. 종교영화인 ‘사일런스’를 보면서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가주의 성향이 걱정되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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