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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45살 ‘빙판 신화’ 야거… 평창서 마지막 불꽃 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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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9 21:32:07 수정 : 2017-04-11 15: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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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나가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경기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체코 선수들이 일제히 스틱을 던지고 얼싸안았다. 감격의 눈물과 환호가 빙판 위를 가득 채웠다. 체코 선수들이 격파한 팀은 바로 러시아. 선수들은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진압 과정에서 자국민들이 소련에 철저히 짓밟혔던 역사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세계 최강 중 한 팀이었던 러시아에 이를 악물고 버텼고 1-0의 대이변을 연출해냈다.

이 환호의 중심에 한 아이스하키 천재가 서 있었다. 당시 26세이던 야로미르 야거(사진)가 주인공으로 당시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 최강팀이었던 피츠버그 펭귄스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선수였다. 그의 등번호는 68번. 바로 ‘프라하의 봄’을 상징하는 숫자이자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사망한 할아버지를 기리는 숫자이기도 했다.

야거는 할아버지가 사망한 지 4년 후 프라하 근교의 도시 클라드노에서 태어났다. 소련과 체코 공산당 정부의 압제가 극에 달했던 시절, 정치범 가족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그 안에서 성장한 야거가 운동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스포츠에서는 실력으로 모든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야거는 자연스럽게 연습벌레가 됐고 그 연습을 기반으로 체코 최고선수로 등극했다. 그리고 1990년에는 세계최고 리그인 NHL에 최초로 진출한 체코 선수가 됐다.

NHL에 진출한 뒤에도 야거의 활약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골과 어시스트를 합친 공격포인트를 가장 많이 쌓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아트로즈 트로피’를 5번 수상했고 1998~1999시즌에는 MVP에 선정됐다.

리그 성적만큼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국가대표로서의 성과다. 나가노올림픽에 프로선수 참가가 처음으로 허용되자 주저없이 합류해 민주화된 조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당시 체코의 전력은 참가팀 중 중위권 정도. 그러나 야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체코는 준결승, 결승에서 캐나다, 러시아를 차례로 격파하며 프로시대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체코는 2005년과 2010년에는 세계선수권에서 챔프에 올랐다. 체코 아이스하키 황금시대의 중심에는 언제나 야거가 있었다.

나가노의 기적 이후 19년이나 흐른 2017년. 놀랍게도 아직도 빙판을 가르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NHL 플로리다 팬더스 소속의 당당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는 무려 45세. 하지만 팬들의 추억을 먹고 사는 ‘퇴물’이 아닌 당당한 주력 선수다. 올 시즌에도 65경기에 출전해 12골 23어시스트로 공격포인트 팀내 4위를 기록 중이다. 적게는 10살에서 많게는 20살 넘게 차이 나는 팀 후배들 사이에서 당당히 공격포인트 4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말에는 통산 1888포인트로 NHL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 단독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런 그를 내년 평창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야거는 43세이던 2015년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체코 대표로서의 플레이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강한 그이기에 복귀 가능성은 충분하다. 내년 평창의 빙판 위를 가르는 ‘살아있는 전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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