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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산 뒤에 궁을 짓지 않으면 정룡(正龍)은 쇠하고 방룡(傍龍)이 발한다.” 조선시대 이현로가 한양의 풍수를 두고 한 말이다. 정룡은 장손, 방룡은 나머지 형제를 이르는 말이다. 백악산은 경희궁 뒷산이다. 그 말이 맞아떨어진 걸까. 얼마 뒤 수양대군은 장손인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올랐다. 조선은 방룡의 나라다.

평양과 부여에는 그런 풍수설이 없다. 그 때문일까, 장남이 떠난 고구려와 백제는 사직을 닫았다.

일본서기에 남은 글.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은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너희 형제는 어수(魚水)처럼 화목해 벼슬을 다투지 말라.” 대막리지를 어어받은 장남 연남생. 동생인 남건과 남산은 형을 반역자로 몰아세웠다. 순행 길에 오른 남생은 평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국내성에 피신한 뒤 당에 투항하고 만다. 많은 말갈·거란 기병이 그를 따랐다고 한다. 서기 668년 여름, 평양성에 남아 항전한 남건. 경국지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백제도 비슷하다. “육로로는 탄현을, 수로로는 기벌포를 넘게 하지 말라.” 좌평 성충의 간언에 귀를 막은 의자왕. 패색이 짙자 왕과 태자 융은 북쪽으로 도망했다. 부소성을 끝까지 지킨 인물은 둘째 왕자 태다. 도성을 버린 부왕과 태자를 대신해 스스로 왕에 올랐다. 하지만 왕과 태자가 항복을 하니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인공지능(AI)을 만드는 시대다. 풍수설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역사를 놓고 보면 정룡이 떠난 자리에는 패망의 그림자가 짙었다.

백두혈통의 장손 김한솔. 아버지 김정남도, 아들도 모두 정룡이다. 유튜브에 등장한 김한솔은 말했다. “내 아버지는 며칠 전 피살됐다.” 표정이 담담하다. 마음도 그랬을까. 슬픔과 울분에 한 바가지 눈물을 쏟아내도 모자랄 듯하다.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한솔은 몸을 숨겼다. ‘천리마민방위’가 남긴 글, “네덜란드, 중국,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 북한 내 지원자에게 감사한다.” 피신 작전에 미 중앙정보국(CIA)도 간여했을까. 북한은 백방으로 그를 찾아 나섰을 테다. 하지만 쉬운 일이겠는가. 망명길에 오른 정룡 김한솔. 북한은 어찌 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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