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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화상치료는 공공영역… 환자 고통 덜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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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3 01:07:11 수정 : 2017-03-13 0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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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 만든 김경식 베스티안병원 이사장 신체적 상해는 어떤 것이든 고통스럽다. 특히 화상은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상해다. 화상 부위를 소독하고 죽은 피부를 벗겨내는 화상 드레싱치료는 ‘지옥’에 비유될 정도다. 중증화상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흉터 등으로 인한 후유증, 치료비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삼중고를 겪는다.

김경식(59) 베스티안병원 이사장이 “화상 치료는 공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화상 환자의 치료는 물론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과 화상 예방사업에까지 힘쓰고 있는 김 이사장을 지난 2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울과 부천, 대전, 부산에 4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두고 있는 베스티안병원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화상전문병원으로 꼽힌다. 국내 화상전문의의 절반인 30여명이 베스티안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경식 베스티안병원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재단 이사장실에서 화상 예방 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화상전문병원의 시작은 1990년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순화의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외과였지만 김 이사장이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중증화상환자도 거부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상 환자가 몰렸다. 화상 환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본 김 이사장은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2002년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을 탄생시켰다.

김 이사장은 화상 환자에 전념하게 된 계기로 보람과 사명감을 들었다. 그는 “중증화상환자들에게는 의료의 손길이 절실하다. 화상환자를 치료할 때 내가 비로소 ‘의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치료를 하면서도 ‘지금 내가 하는 치료가 최선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사고로 전신에 50∼60% 화상을 입고 실려온 한 군인을 잊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환자가 사망해 가족들을 보기 미안했는데, 환자 아버지가 원망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은 보냈지만 다음에 우리 아들 같은 환자는 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병원에서 중증화상환자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사망률이다. 어제까지 괜찮던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사망하는 일도 많다. 김 이사장은 “후배들에게 ‘화상전문의를 하려면 시린 가슴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며 “아픈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치료한 환자가 사망할 때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그는 “그래서 후배를 키웠다. 마음 아픈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베스티안병원의 모습은 김 이사장이 그려왔던 모습에 가깝다.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한 화상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정형외과와 치과 등 9개의 진료과를 갖춘 것은 물론 화상중환자실과 국내 최초의 소아화상클리닉, 피부재활치료팀 등을 만들었다.

대학병원처럼 선배 의사가 후배 의사를 교육하고, 매년 해외연수를 보내는 등 교육시스템도 갖췄다. 김 이사장은 특히 교육과 기초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화상 치료는 공공의료 영역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제가 사라져도 교육이 유지되고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에는 공익재단인 ‘베스티안의료재단’을 설립, 저소득층 환자의 의료비 지원과 화상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돕고 있다. 현재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설수진씨가 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치료만큼 역점을 두는 것은 화상 예방이다. 재단에서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기업 등에 찾아가 화재 예방과 응급처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부주의로 아이들 화상사고가 자주 발생하므로 교통안전 교육처럼 화상예방 교육도 중요하다”며 “교육시설을 만들고 공익광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의료진의 화상 치료 실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의료진이 환자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에 내놓을 만한 화상의료시설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년 6월에는 충북 오송의 오송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에 화상중앙센터를 연다. 이곳에는 중증화상환자를 위한 응급시설은 물론 임상시험센터 등 연구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국내 어디서든 중증화상환자가 발생하면 오송센터로 올 수 있도록 하고, 의료진을 키워 각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장은 궁극적인 꿈으로 ‘베스티안병원이 없어지는 것’을 꼽았다.

“재난 시설이 잘 갖춰져 대형 화재가 줄고 화상 예방사업도 잘 돼 중증화상환자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베스티안병원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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