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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삽자루의 천민통신] (6) 돈 준다고 둘째? 헬조선 계승하는 대통령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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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5 14:00:00 수정 : 2017-03-24 16: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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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선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처럼 막걸리 한 사발, 고무신 한 짝이 오고가지는 않는다. 현대의 선거는 차용증의 남발이다. 당선되면 청년에게 얼마만큼, 노인에게 얼마만큼, 맞벌이 부부에게 얼마만큼 준다 한다. 민주주의의 신성한 주권 행사에 가격표를 붙인다. 표를 더 적극적으로 줄 것 같은 계층에게는 프리미엄을 붙인다. 정치인들도 안다. 실제로 그 가격에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절실히 안다. 알아도 공수표를 날린다. 당선이 되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도 굳건한 권력이다. 선거가 끝나면 갑을은 바뀐다. 차용증인줄 알았던 표는 항상 영수증이었다. 정권의 실패를 재차 겪으면서도 다음 정권의 후보자가 건넨 차용증에 또 흔들린다. 사람은 애초부터 유혹에 약하다.

우리는 왜 헬조선에 살고 있는가. 헬조선을 만든 적 없는데, 왜 우리는 모두 고통스러운가. 모두 돈 준다는 공약들 때문이다. 근본을 째내고 고름을 짜며 암세포를 걷어내는 수술 없이 맨살에 약만 바르는 꼴이다. 우리는 왜 아이 낳기 두려워하는가. 답은 낳아도 잘 기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둘이 벌어 시터 이모님 월급을 주면 빡빡해도 하나는 기른다. 둘째를 낳으면 부모가 스스로를 위해 했던 씀씀이들을 포기해야 한다. 정답은 명료하다. 혼자 버는 돈이 가족 넷을 살 수 있게 하는 수준이 되면 된다. 왜 귀족노조라 욕하는가. 그들도 중산층이다. 모든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귀족노조' 정도만 되면 모두가 행복하다. 적정소득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히고, 그것을 실행할 계획이 있는 대통령감이 필요하다. 비극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적정소득의 보조수단이 돼야 한다. 근로장려세제라는 좋은 정책틀이 있음에도 지금의 대통령감들은 엉뚱한 방향만 가리키고 있다.

헬조선의 다음 비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착의 계승이다. 왜 우리 경제가 힘든가. 왜 우리 청년들이 취업이 안 돼 괴로워하는가. 답은 일자리를 만들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현 산업구조는 재벌 2세들까지 호가호위다. 3세들의 부귀를 위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는 예삿일이다. 유치원 보육이 충분치 못하면 저녁 늦게까지 하는 공공유치원을 수만개 보급하면 된다. 육아휴직 쓰기 힘든 워킹맘들을 위해 국가가 대체인력을 공급해주는 출산대체인력지원공단을 만들면 어떨까.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에 못 이겨 자살을 하거나 유흥업소에 다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을 국유화할 수도 있다. 나아가 국가가 시장에 기업을 공급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겠다. 극단적이지만 우리 사회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메스를 들려하면 핏대를 세운다. 한번은 뜯어 고쳐야 하는데, 시장실패를 공공 부문에서 해결하자고 하면 사회는 빨갱이라며 빨간 줄을 긋는다. 다함께 잘살자고 하는데 왜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함께 기르는 논에 벼가 100알이 맺혔는데, 대통령감이라는 사람들은 100알을 나눠먹자는 소리만 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하는데, 100알 중에서 몇 알은 나눠먹고 몇 알은 다음 해를 위해 남겨두자 하는 이들은 한 명도 못 봤다. 두 정권의 국가 실패를 겪고도, 정권 교체를 한다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말도 대동소이다. 경제민주화는 개념 자체가 어렵다. 적폐청산보다 우선 하는 것이 구조개혁이다. 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재단 출연금을 요구하거나, 국가적 사업에 동참을 제안하는가. 몇몇 대기업들이 국가를 쥐고 흔드는 경제귀족화 탓이다. 그 이하에서 정치인인 대통령 역시 비정규직이다. 영원히 유지되는 권력은 돈이다. 챙기는 이들이 따로 있는데 대통령감이라는 이들은 돈 준다는 소리만 한다. 돈 준다는 공약은 가장 위험하다. 돈 준다는 정치인은 절대 찍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미래를 몇 푼에 팔아넘기겠는가. 미래를 찍자.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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