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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발트해 유일의 케이블카 아래에 ‘신화의 흔적’ 고스란히…

입력 : 2017-03-18 10:00:00 수정 : 2017-03-15 2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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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야가 대부분이지만 특이하게 이곳만 많은 언덕과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오랜 세월 전략적 요충지 역할 해와/1207년 ‘검의 형제’ 기사단이 요새 건설 아름다운 풍광에 많은 예술인 영감 받기도
장엄한 가우야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가우야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케이블카는 시굴다와 반대편 협곡 크리뮬다를 왕복한다. 가우야 국립공원은 그림 같은 전망과 독특한 자연, 문화 및 역사적 기념물이 가득하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8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리가를 떠난다.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하던 울퉁불퉁 벽돌길이 평탄한 아스팔트로 바뀌면서 시간도 중세에서 현대로 돌아온다. 그 길을 따라 다음 목적지인 라트비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시굴다(Sigulda)로 향한다. 시굴다는 라트비아 네 지역 중 하나인 비제메지방에 위치한 인구 1만7000명의 작은 도시이다. 가우야강(Gauja River)을 끼고 고즈넉이 자리 잡은 이 도시는 1207년 이 일대를 지배하며 잔인한 전투로 악명이 높았던 ‘검의 형제 기사단’이 요새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평야가 대부분인 발트해 연안국가에서는 특이하게 수많은 언덕과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강과 산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수세기 동안 화가, 시인 등 많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스키 등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눈으로 뒤덮여 있는 시굴다 시내. 높이 솟은 건물이 시굴다의 루터 교회다.

눈으로 뒤덮여 있어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 높이 솟은 교회가 낯익어 여행잭을 열어보니 시굴다의 루터교회라고 소개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시내를 차로 돌아보고 관광안내소에 들렸다. 도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케이블카 시간을 확인했다. 가우야강 협곡을 연결하는 발트해 연안 국가의 유일한 케이블카를 타고 싶었다. 케이블카에서는 장엄한 가우야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가우야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시굴다를 지켜온 신화와 역사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라트비아 시굴다의 가정집 처마에 매달린 너구리 모양의 장식품.

안내책자와 지도를 받아들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따라 돌아서니 어느 집 처마에 매달린 너구리 모양의 장식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세워진 스키 장비를 보면서 이곳이 겨울스포츠 천국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가우야 국립공원 내 건물. 발자국 없이 쌓인 눈이 인상적이다.

관광안내소에서는 멀지 않은 길이라 했지만 주변에 특별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 국립공원 안에서 제대로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량을 따라 길을 나서다 언덕 넘어 정차하는 앞선 차량을 따라 차를 세웠다. 둘러보니 스키장 입구다. 리프트가 움직이고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앞선 차량의 주인은 트렁크를 열어 풋스키를 꺼내 장착한다. 중년을 넘어선 할아버지이다. 익숙한 듯 스키장비를 신으며 나의 질문에 귀를 기울인다. 유쾌한 목소리의 어르신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주위 사람들을 부른다. 부름에 다가선 어른들도 족히 70대는 되어 보인다. 그 연세에도 스키를 즐긴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랜 세월 동안 건강관리를 잘 해 왔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이 지역이 겨울 스포츠 휴양지라는 것과 함께 장수국가라는 말이 실감난다. 
시굴다를 떠나 케이블카로 도착한 크리뮬다의 풍광.

올라선 언덕을 다시 따라 내려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멋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곧이어 도착한 케이블카 탑승장은 추운 겨울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장수국가답게 케이블카 안에서 설명을 해주시는 분은 조금 전 할아버지들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였다. 가우야 국립공원은 라트비아의 국립공원 중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그림 같은 전망과 독특한 자연, 문화 및 역사적 기념물이 가득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우야 협곡의 두 면을 연결하는 발트해 연안 국가의 유일한 케이블카 승강장.

이곳에는 스카이다이빙을 지상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에어로듐(Aerodium)과 구소련 시절에 지어진 세계적 수준의 봅슬레이 경기장도 있다. 또 번지점프, 래프팅, 열기구타기 등 사계절 내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가우야 국립공원 내 스키장 이정표. 이 지역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시굴다와 반대편 협곡 크리뮬다(Krimulda)를 왕복하는 케이블카 안에서는 이 지역의 역사와 신화에 대한 열정적인 설명이 계속된다.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리듬의 라트비아어가 아름다운 경치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케이블카를 내려 라트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투라이다 박물관 보호 구역(Turaida Museum Reserve)으로 향했다. 넓은 보호 구역 내부에는 고대에 이 지역에 살았던 리브인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고고학 유적과 11세기부터 지어진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라트비아 투라이다성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200년대 리가 대주교의 거처로 지어졌다. 수차례 파괴됐지만 20세기 중반에 다시 복원된 투라이다성은 현재 라트비아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투라이다성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200년대 당시 리가 대주교의 거처로 지어졌다. 수차례 파괴됐지만 20세기 중반에 다시 복원된 투라이다성은 현재 라트비아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보존되고 있다.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의 벽화와 건물.

투라이다성에서 내려오는 길에 구타마니스 동굴에 들렸다. 깊고 웅장한 동굴을 상상했지만 발트해 연안에서 가장 크다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작은 규모였다. 사랑의 동굴이라고 불리는 이 동굴에는 리브족 시절부터 사랑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한다. 17세기 스웨덴 점령 시절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아름다운 아가씨의 전설이 전해 오면서 사랑의 동굴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동굴 안에는 연인의 이름과 사랑의 맹세를 새긴 흔적들로 가득했다. 동굴 벽이 단단하지 않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낙서들이 가능하다고 한다.
에스토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타르투 전경. 타르투는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어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다.

사랑의 동굴을 뒤로하고 시굴다를 떠나 북쪽으로 길을 달린다. 에스토니아로 향하는 길이다. 라트비아의 시굴다에서 3시간을 운전해 에스토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타르투(Tartu)에 도착했다. 타르투는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어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다.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도시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아늑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어둠이 내린 시내로 나섰다. 작은 레스토랑에는 에스토니아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한쪽에 앉아 조촐한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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