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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질 높은 삶일까. 법정 스님은 2008년 동안거를 시작한 날 이런 말을 했다. “추울 때는 자신이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자신이 더위가 되라.” 당나라 동산선사가 ‘벽암록’에 남긴 말이라고 했다. 분별을 버리면 걱정은 사라지고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의미다. 덧붙여 “삼복더위에도 일에 열중하면 더위를 모르게 되지 않느냐”고 했다.

행복은 삶의 질을 관통하는 말이다. 고승의 강론. “돈이 다냐, 아니냐”를 따지는 범인이 가슴에 담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분별을 버리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평범한 사람에게 그 말은 산 너머 무지개와도 같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속세 논리는 다르다. 무엇이든 비교한다. 어제와 오늘을, 나와 너를 비교한다. 숫자로 객관화하기를 좋아하는 경제학자는 삶의 질까지 지수로 만들었다.

‘마지막 샹그릴라’ 부탄. 국민총행복지수(GNH)를 만들어 지표로 삼는다. 부탄은 불교 국가다. 분별을 경계하라는 고승의 가르침은 어찌한 걸까. 최빈국 부탄의 국민행복도는 이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 1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수 배우러 지난해 그곳에 갔다. 무엇을 배웠을까.

행복지수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지수를 지고지선으로 삼는다면 현대 기술문명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지수를 개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LI)’,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가 그런 부류다.

우리나라도 하나 만들었다.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지수를 산출해 보니 2006년 이후 10년 동안 삶의 질은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8.6%. 이를 비교해 ‘실패한 10년’으로 낙인찍어야 할까. 연구에 참가한 교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육과 안전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의구심이 든다.” 그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눈에 띄는 세부지수 한 가지, 가족·공동체 지수는 유일하게 1.4% 역성장했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식에 큰 금이 갔다는 뜻이다. 가정은 무너지고, 사회는 좌우로 갈려 정쟁을 벌이니 어찌 나빠지지 않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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