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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마초맨 와인의 수염은 왜 길어졌나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3-17 06:00:00 수정 : 2017-03-16 2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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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로호와 함께 떠나는 스페인 와인산지 여행
까사 로호 와인들
스페인은 세계 1위의 포도 재배면적을 자랑합니다. 그만큼 스페인 북부에서 남부까지 광활한 땅에서 와인을 빚고 있지요. 포도 재배지가 스페인 전역에 분포한 만큼 기후가 매우 다양합니다. 북서쪽은 해양성기후, 동남쪽은 지중해성 기후, 내륙은 대륙성 기후여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 진답니다.

스페인에는 최고급 등급인 DOC를 받은 지역이 두곳뿐인데 그중 하나가 스페인 고급 와인의 상징인 리오하(Rioja)입니다. 프랑스 보르도와 가까운 대표 생산지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레드 품종 템프라니요를 주로 사용합니다. 또 다른 DOC 지역 프리오랏(Priorat)은 해발고도가 1124m의 고지대에 포도밭이 가파르게 조성돼있는데 가르나차와 까리냥으로 만든 고급 레드와인이 생산됩니다. 특히 80년이 넘은 고목들이 많아서 와인은 응집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까사 로호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일교차가 큰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껍질이 두껍고 탄닌이 강한 포도가 생산돼 리오하보다 파워풀한 남성적 와인이 탄생합니다. 루에다(Rueda)는 스페인에서 화이트 와인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고 대서양을 끼고 있어 기온이 쿨링되는 효과를 누리는 리하스 바이사스(Rias Baixas)도 요즘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알바리뇨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유명합니다.

유명한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근거지이기도 한 까딸루냐(Catalanes) 지방의 페네데스(Penades)는 스페인 스파클링 까바(Cava)의 본고장으로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까바의 90%가 이곳에서 만들어집니다. 후미야(Jumilla)는 스페인의 동남부의 떠오르는 생산지로 모나스트렐 품종 100%로 힘찬 느낌의 레드 와인을 만듭니다. 또 나바라(Navarra)는 가르나차로 만든 로제 와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까사 로호 로고

까사 로호(Casa Rojo·사진)는 설립된지 불과 3년밖에 안됐지만 이처럼 스페인의 다양한 생산지 8곳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 단 한가지만 선택해 스타일 전혀 다른 와인 8종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 품종을 섞으면 좀 더 쉽게 뛰어난 와인을 만들수 있지만 스페인 떼루아를 잘 보여주려면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빚어야 한다는 것의 이들의 와인철학이랍니다. 그 지역의 떼루아를 와인 한병에 고스란히 담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까사 로호 와인을 마시다 보면 마치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 정도랍니다. 까사 로호는 특히 패션 브랜드 자라(ZARA)와 코카콜라 레이블을 디자인한 에두아르도 델 프라일레(Eduardo del Fraile)와의 콜라보를 통해 8개 지역 와인의 특성을 개성 넘치게 표현한 톡톡 튀는 레이블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와인 이름도 마초맨 (Macho Man), 더인비저블맨(The Invisible Man), 엘 고르도 델 서르코(El Gordo del Circo·서커스단의 뚱뚱한 남자), 더 햄 팩토리(The Ham Factory) 등 기존 와인 이름과는 달리 개성이 넘쳐나는데 까사 로호 와인을 마셔보면 레이블과 와인 이름이 그 와인의 정체성을 얼마나 잘 담고 있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마초맨의 수염은 그해 포도 농사에 따라 길이가 달라집니다.
수염 길이가 달라진 까사 로호 마초맨 2013(왼쪽)과 2014
음용 적정 온도가 되면 빨간 물방울 무늬(왼쪽)이 나타나는 라 마리모레나
화이트 와인 라 마리모레나는 마시기 좋은 온도로 칠링되면 물고기 입에서 기포가 뿜어나오는 것처럼 빨간색 물방울이 드러나고 엘 고르도 델 서르코도 남자 주인공의 젖꼭지가 보라빛으로 변하는 등 와인 마시는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한국을 찾은 까사 로호 수출 담당 알레한드로 반 리스하우트

■까사 로호 대표 와인

작년에 이어 올해 한국을 찾은 까사 로호 수출 담당 알레한드로 반 리스하우트(Alejandro Van Lieshout)씨를 만나 까사 로호와 와인들이 생산되는 특별한 지역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2010년부터 시작된 까사 로호의 원대한 꿈은 2014년 세계 최대 와인 전시회인 독일 뒤셀도르프 프로바인(Prowein)에서 첫 번째 빈티지를 선보이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까사 로호는 소개되자마자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2014년 한해 동안만 미국, 유럽 등 15개국으로 수출을 했고 3년에 45개국까지 늘며 급성장했다. 현재 까사 로호는 주요 와인산지의 토착품종으로 가장 창의적이고 트렌디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스페인 최고의 ‘와인 메이킹 예술가’로 평가 받는다. 헤드 와인메이커인 호세 루이스 고메즈(Jose Luis Gómez)를 중심으로 와인 메이커, 소믈리에, 디자이너,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까사 로호는 품질 유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스페인 와인은 대량 생산 와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생산량을 50만병으로 제한하고 있다.
라 마리모레나

가장 먼저 스페인의 북서쪽의 떠오르는 화이트 와인 생산지 리아스 바이사스(Rias Bixas) 지역으로 가보자. 마리모레나(La Marimorena) 2014는 스페인 북서쪽에서 잘자라는 토착품종 알바리뇨(Albarino) 100%로 만든다. 리아스 바이사스는 대서양과 인접해 해양성 기후로 비가 굉장히 많이 와 서늘하고 대서양의 차가운 바닷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모래로 된 토양 덕분에 포도나무는 뿌리도 아래로 잘 뻗어나갈수 있다. 이 때문에 알바리뇨 품종은 제대로 잘 만들면 바닷물이 연상되는 짭쪼름한 미넬랄이 잘 표현된다. 라 마리모레나도 향을 처음 맡을때 바다 내음이 올라오고 입안에서는 짭쪼름한 미네랄이 두드러진다. 집약적인 바디감은 낮은 편이지만 아로마틱한 풍미는 강하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풍미, 꽃향, 과일향을 보여주는데 독특하게도 살구, 복숭아 등 아직 익기 전의 핵과일과 시트러스 계열의 레몬, 자몽, 감귤과 망고 등 부드러운 열대과일 향이 섞여 있다.  산도는 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강력하고 과일의 신선함과 새콤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

색상은 밝고 우아하고 연한빛으로 영한 와인의 느낌이다.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를 5개월 정도 진행해 아로마와 부케, 복잡한 구조감 더해진다. 바다가 연상되는 빛깔의 생선 뼈다귀가 그려진 레이블은 이 와인의 정체성을 잘 담았다. 차갑게 칠링돼 시음 적정 온도인 6도가 되면 왼쪽 생선 머리위에 기포를 뿜어내는 것처럼 빨간 물방울 무니가 표시돼 완벽한 시음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엘 꼬르도 델 서르코

엘 꼬르도 델 서르코(El Gordo del Circo) 2014는 스페인 내륙 루에다(Rueda)를 그대로 담았다. 루에다는 대륙성 기후를 보여주는 지역이다. 기후 영향 탓에 훨씬 완숙도가 높고 풍만한 바디감의 포도가 재배된다. 스페인 최고 화이트 품종인 베르데호(Verdejo) 100%로 빚는다. 버티리한 유질감 있는 화이트 와인으로 숙성력이 좋다. 2014 빈티지인데도 신선함과 잘익은 풍미를 동시에 잘 보여준다. 아로마가 매우 섬세하고 파인애플, 리치, 잘익은 서양배 같은 열대 과실향이 진하게 풍긴다. 이어 흰꽃향이 뒤에서 받쳐주면서 설익은 듯한 풀향도 복합적으로 올라온다.

대륙성 기후에 따른 풍만하고 완숙된 포도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뚱뚱한 남자를 레이블에 담았는 풍부한 화이트의 느낌을 잘 담았다. 죽은 효모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를 3개월 동안 진행해 베르데호 품종의 튀는 산도를 잘 잡았고 풍미도 좋다. 5년 정도 까지 산도와 바디감을 잘 맛볼수 있는 와인이다. 칠링이 잘돼 시음 적정 온도에 도달하면 레이블속 아저씨의 젖꼭지가 보라색으로 변한다. 베르데호는 끝맛이 약간쌉쌀한 느낌으로 한식중에는 삼계탕과 잘 어울린다. 마리모레나보다 훨씬 바디감 있어 대구나 소스를 곁들인 해산물과 페어링이 좋다. 빵을 곁들여 마셔도 좋다. 마리모레나와 엘 꼬르도는 서로 200㎞ 떨어진 지역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인데 품종과 기후에 따라 얼마나 다른 와인이 탄생하는 잘 보여준다.
마퀴농

마퀴농(Maquinon) 2015는 스페인 북서쪽의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프리오랏 지역의 특색을 완벽하게 담아낸 그르나슈 100% 와인이다. 프리오랏은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와인산지이지만 가장 하이엔드급 와인을 빚는 곳으로 스페인에서 떠오르는 지역이다. 토양은 붉은 적토같은 화산토의 광물성 토양과 배수가 좋은 점판암 리코레야로 이뤄져 있다. 이런 토양의 특징을 가장 순수한 형태 그대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오가닉, 바이오다이나믹, 내추럴 방식으로 와인을 빚는다. 500ℓ 오크통에서 3개월 숙성한다. 블랙베리, 까시스, 블루 플라워, 바이올렛, 블랙베리의 아로마와 스파이시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어 지중해의 잘익은 과실 풍미가 미네랄 토양 느낌과 함께 전달된다. 알콜도수 14%도 다소 높지만 일조량 높은 지역의 완숙된 포도로 만들기 때문에 알코올을 잘 못느낀다. 마퀴농은 화산토 자체에서 오는 향때문에 광물성의 풍미를 지닌 점이 특징이다. 2014는 쇠비린내가 피비린내 같은 미네랄향이 좀 과하게 찌르듯이 느껴졌는데 2015는 좀더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드러내기 위해 이를 부드럽게 완화했다. 마초맨 보다 탄닌이 훨씬 촘촘하게 느껴지고 과실향은 블렉베리가 지배한다. 광물적 풍미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로봇을 레이블에 담았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귀여운 야광 레이블이다. 소고기 카르파르치오와 참치하고 잘 어울린다. 
마초맨

마초맨(Macho Man Monastrell)은 스페인 남부 후미야(Jumilla)의 떼루아를 완벽히 담아낸 까사로호의 플래그쉽 와인이다. 모나스트렐 100%로 빚기에 마초맨 모나스트렐의 약자 MMM을 레이블에 담았다. 건조한 기후에서 잘자라는 모나스트렐의 파워가 집약된 스페인의 ‘진짜 남자’ 와인이다. 후미야는 지중해성 기후 영향이지만 거의 사막처럼 여름 40도 까지 올라가는 굉장히 고온 건조 한 곳이다. 이런 극한적 기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품종이 모나스트렐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쁘띠베르도도 잘 자라는 편이지만 인위적으로 관개를 하지않고 혼자 생장 가능한 유일한 품종이 모나스트렐이다.  포도밭은 해발 400m에 있고 포도수령은 최소 20년~70년으로 비교적 수령이 많다. 올드바인일수록 적절한 산도의 포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령이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까사 로호 오너 호세 루이스 고메즈와 자신을 모델로 삼은 마초맨 레이블

마초맨은 강렬한 풍미를 담돼 굉장히 친밀한 와인으로 빚어졌다. 레이블은 문신을 새긴 거친 상남자를 담았지만 표정은 부드럽다. 부드러운 매력을 지닌 친근한 상남자 모습을 전달하려고 했단다. 레이블의 모델은 바로 오너인 호세 루이스 고메즈(Jose Luis Gomez)씨다. 그의 실제 모습도 마초맨도 똑같이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그해 포도의 특징에 따라 마초맨의 턱수염이 조금씩 길어지거나 짧아지고 팔뚝이 두꺼워진다는 점이다. 레드베리, 까시스, 블루베리 등의 향과 블랙페퍼, 로즈마리 등의 향신료가 잘표현된다. 양념한 매콤한 한식과 삼겹살, 커리 등 스파이시한 양념류가 곁들인 요리, 등푸른 생선과 매칭이 좋다.  
더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과 햄팩토리는 둘다 100% 템프라니요로 만든다. 하지만, 다른 지역 다른 기후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인비저블맨을 빚는 스페인 북쪽 리오하 지역은 북쪽 바다의 차가운 겨울 바다바람을 산맥이 병풍처럼 막아 차단한다. 또 여름에는 동남쪽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 그대로 맞아 온도가 높다. 더운 지역이라 섬페한 템프라니요를 표현하는 중점을 두고 와인을 빚었다. 리오하의 세 지역중 리오하 알타(Rioja Alta)의 단일 포도밭에서 빚는다. 점토암, 석질, 철 점토질의 세가지 종류의 토양은 구대륙와인의 심장부인 리오하에서 신세계적이고 크레이티브한 와인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올드바인에서 자란 템프라니요를 12개월 숙성한 뒤 9개월 동안의 병 숙성 과정을 거친다. 타바코, 검은 쵸콜릿 풍미와 생생한 붉은 과실의 풍미를 드러내는데 중점을 줬으며 리오하의 우아한 와인의 특징을 신사의 이미지로 레이블에 담았다. 농익은 붉은 과실향이 강렬히 느껴지며 오크 숙성에서 나오는 토스티한 향, 바닐라, 달콤한 정향이 과실향과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긴 피니쉬로 이어지는 여성적이 우아한 템프라니요다.

햄팩토리가 나오는 리베라 델 두에로는 산맥도 없고 해발고도 950m 높이의 지역으로 여름에 불처럼 뜨겁고 겨울은 얼음처럼 차가운 극한 기후를 보인다. 이 때문에 포도는 어마어마한 바디감을 갖게 되며 리오하 지역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파워풀한 특징을 지닌 와인이 탄생한다. 다크 초콜릿향, 담배향, 화이트 페퍼, 정향 등 2차적 향이 굉장히 잘 발현된다.  붉은 계열의 과실향도 잘 유지하고 있다. 햄팩토리는 한때 스페인 DOC 였던 리베라 델 두에로의 프레스케라(Pesquera) 지역 최고의 포도밭인 파라모 델 두에로(Paramo del Duero)에서 태어났다.  25년 수령의 템프라니요 100%로 만든다. 18개월동안 아메리칸 및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고 그후 최소 6개월간의 병숙성 과정을 거친다. 스파이시함이 돋보이는 햄 팩토리는 돼지고기 및 하몽과 환상적인 마리아쥬를 이룬다.
더 햄 팩토리

햄팩토리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돼지는 오른쪽 뒷다리에 철로된 의족을 차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이 와이너리 모기업은 하몽 생산기업이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 넓적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켜 만드는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이다. 돼지 다리 덕분에 하몽도 팔고 돈을 벌어 좋은 와인까지 빚게됐으니 돼지의 희생에 바치는 감사의 뜻인 ‘오마주(Hommage)’란다. 톱니바뀌로 만들어진 의족을 채워 더욱 강한 돼지가 되기를 비는 마음을 레이블에 담아 돼지의 영혼을 빌었다고 한다. 아주 재미난 발상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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