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제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한국 때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관영방송 CCTV가 방영한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에선 한국기업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관련 질의응답을 가졌으나 사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일각의 우려대로 사드 보복은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것은 중국의 보복 공세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 지난 7일 사드 요격미사일을 쏘는 이동식발사대 2기를 들여오는 것을 시작으로 사드 체계 전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드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도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압박이 사드 배치를 앞당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계속하려면 미국과의 관계 악화도 각오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동맹인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자국의 이익이 침해받는데 미국이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일본·한국·중국 등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것도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북한의 위협 때문인 만큼 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한국의 사드가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국가 간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국은 사드 보복이 ‘양날의 칼’이 될 것이란 내부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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