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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범죄통계 허점’ 비용 탓하는 수사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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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7 18:38:06 수정 : 2017-03-17 18: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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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고서 등을) 찾아보세요. 예전부터 나왔던 내용입니다.”

세계일보의 16일자 ‘여성 살해·살인미수 깜깜이 통계 논란’ 기사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기사는 2011∼2015년 살해당한 여성이 2039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죽인 살해범의 성별과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대한 통계 자료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지적 받았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비용 문제를 들었다. 경찰과 검찰, 법무부,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범죄 정보를 기입하고 공유한다. 그런데 현 시스템은 여성·남성 살해범의 성별 등을 분류·집계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항목을 추가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말하는데, 해당 정보를 통계화하려면 시스템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며 “100억∼200억원, 어쩌면 수백억원이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목숨을 빼앗긴 사람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살인범죄 관련 통계는 정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현미 사회부 기자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상당수 여성 피해자가 잘 아는 사이의 남성에게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정확한 통계가 구축돼 기혼 여성과 남성의 살해범을 살펴보니 각각 남편과 아내가 절반이 넘었다고 가정해보자. 더 이상 부부싸움을 가족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계는 사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게 하는 기초 자료다.

그러나 여성의전화 등에서 2009년부터 범죄통계의 허점을 지적했음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성별 가해자 유형 등은 여성만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살해될 뻔한 사람들이 정부의 촘촘한 예방책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면 수백억원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다. 엉뚱한 데다 예산을 펑펑 쓰곤 하는 정부가 비용 탓을 하며 범죄통계의 허점을 방치해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현미 사회부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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