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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팬과 함께 울고 웃고… 열기 돋우는 ‘얼굴 없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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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8 09:00:00 수정 : 2017-03-17 21: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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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프로야구 출범을 통해 국내에 프로스포츠가 태동한 지 35년. 이제 스포츠는 한국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스포츠의 일상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함께 녹아든 것이 각 팀의 ‘마스코트’들이다.

마스코트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 사투리 ‘작은 마녀(mascot)’에서 유래한 단어다. 19세기 말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 에드몽 오드랑의 1880년작 오페라 ‘라 마스코트(Mascotte)’가 인기를 끌면서 널리 쓰이는 말이 됐다. 이후 마스코트는 행운을 기리기 위해 몸에 간직하거나 가까이에 두는 작은 물건, 동물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에서 마스코트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행운과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팬 전체를 하나로 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때로는 브레이크댄스 등 고난도 묘기를 펼쳐 흥을 돋우고 때로는 짓궂은 장난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경기장의 ‘감초’가 바로 마스코트다.
남자 프로농구 KBL마스코트 단체사진.


◆팬 하나로 묶는 마스코트의 매력

특히 배구 농구 등 겨울스포츠에서 마스코트는 비중이 더욱 크다. 야외경기장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체육관에서 경기가 펼쳐지다 보니 마스코트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칠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커다란 인형옷을 입고 체육관 곳곳을 활보하는 마스코트들에게 관중은 자연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쩜보’·현대캐피탈 ‘몰리’·삼성화재 ‘루팡’(왼쪽부터)

이에 따라 배구와 농구 등 겨울스포츠 대부분의 팀이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 응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 시즌 6년 만에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독수리 ‘쩜보’, 정규리그 2위 현대캐피탈은 배구공 형상을 한 외계인 ‘몰리’라는 인기 마스코트를 보유하고 있다. V리그 8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 삼성화재는 고양이 캐릭터 ‘루팡’이 팀의 상징 마스코트다.
IBK기업은행 ‘토랑이’·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왼쪽부터)
여자부 준우승팀 IBK기업은행은 여우를 형상화한 ‘토랑이’, 우승팀 흥국생명은 팀 명칭을 활용한 핑크색 거미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운영 중이다. 프로농구 KBL도 서울SK나이츠의 기사 캐릭터 ‘덩키’, 창원LG세이커스가 송골매인 ‘세이커’ 등 팬들의 성원을 받는 많은 마스코트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런 마스코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팬들과의 스킨십이다. 응원을 맡는 것은 응원단과 치어리더들이지만 팬들과 직접 몸을 부대끼며 소통하는 일은 마스코트들의 몫이다. 현대캐피탈에서 몰리를 연기하는 배상수씨는 “마스코트의 임무는 관중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해서 응원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몰리 배상수씨.
응원 동작을 더욱 크게, 재미있게 한다거나 의자 위에 올라가는 돌발 행동 등으로 분위기를 띄운다”고 설명했다. 마스코트들은 또 팬들과 포옹하거나 손을 잡고 놀아주고 사진을 찍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데 이런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팀과 팬들 사이에 일체감이 생긴다. 마스코트가 구단과 팬 사이의 결속력을 높이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라이벌전처럼 팬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경기에서는 두 팀의 마스코트들이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연출해 두 팀의 라이벌 의식도 고양하고 팬들의 흥미까지 북돋게 한다. 이때 양팀 마스코트 사이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씨는 “국내에 마스코트 업체는 크게 퍼니허니, 마스코트 등 두 개의 대형 마스코트 이벤트사가 있고 대부분 이들 회사 소속이다. 그러다 보니 다들 친한 형, 동생들처럼 지낸다. 같이 공연해도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마스코트들이 참여하는 단독 공연도 크게 늘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 바로 마스코트 ‘쩜보’의 댄스타임이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운 인형옷을 입고 날렵하게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팬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온다. 대한항공 배구단 관계자는 “댄스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요즘은 대부분 비보이 출신 등이 마스코트 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마임 등을 이용한 개그 퍼포먼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장에서 이들이 펼치는 익살로 관객들은 잠시나마 이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래 관객 어린이 사로잡고 기업 이미지 홍보도

마스코트가 팀을 운영하는 모기업과 팬들 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스코트의 친근함이 자연스럽게 모기업을 향한 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딱딱한 이미지를 가진 중화학공업 등 산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은 모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팀의 마스코트에 적극 투영해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GS칼텍스 캐릭터인 ‘킥시’·‘킥순이’(왼쪽부터)

전기산업이 주력인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한국전력의 마스코트는 전기를 의인화한 캐릭터인 ‘에너지보이’. 경기장을 활보하며 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에너지보이의 활약을 통해 팬들은 어느새 전력산업의 딱딱한 이미지 대신 마스코트의 활력으로 모기업을 인식하게 된다. 정유업체인 GS칼텍스 역시 귀여운 여자아이 캐릭터인 ‘킥시’, ‘킥순이’ 캐릭터를 통해 딱딱한 모기업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전자랜드 ‘끼리코’

KBL의 전자랜드는 이를 위해 아예 팀 명칭 전체를 바꾸기도 했다. 2003년 팀을 인수한 전자랜드의 첫번째 팀 명칭은 적을 무찌르는 호전적 이미지의 코끼리를 형상화한 ‘블랙슬래머’. 그러나 2009년 좀 더 친근한 이미지의 ‘엘리펀츠’로 팀명을 교체했다.

서필웅·안병수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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