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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 국격 고려한 신중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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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1 01:06:44 수정 : 2017-03-21 01: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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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출두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으로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에 이어 4번째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전직 국가원수가 카메라 불빛 세례를 받으며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은 세계 곳곳에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박 전 대통령의 불명예이자 국가로서도 오욕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소환조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검찰과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연인으로서 소환에 응한 만큼 솔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그에게는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 수수 등 13개 죄목이 붙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완전히 엮였다”, “좋은 의도로 한 것이다”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법적 권리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한 사건으로 20명이 이미 구속된 데다 국가적 피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이 부분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오늘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는다고 하니 국민은 그의 입을 주시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물러난 국가원수일지라도 품격은 갖춰야 한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하면서 예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놓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을 오가는 모습이 해외로 전파되는 일은 여러모로 바람직스럽지 않다.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의 명예로 볼 때도 이롭지 못하다. 태극기와 촛불로 쪼개진 민심과 대선정국의 민감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도주 우려 등이 없는 경우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우리 형법이 추구하는 대원칙이기도 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수사는 엄정히 하되, 국격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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