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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됐던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졸전 때문에 ‘역적’으로 추락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 실패 원인을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선수들에게 도전의식을 충분히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을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군 면제라는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달콤한 보상의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내가 선수들에게 강조한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필승 전략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뒤집으면 월드컵에선 ‘군 면제’라는 당근이 없이 투혼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야구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충격의 예선 탈락을 한 것을 놓고도 “병역 혜택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민감한 것이지만 이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군대를 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군 면제자는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일부 당사자들은 그런 사회적 시선만큼의 부담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병역 의무를 기피한 사람이 기꺼이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을 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특전사 경력은 무공훈장 못지않다. 안보관을 문제 삼을 때마다 “나, 특전사 나온 사람이야”하고 응수한다. 자신의 책 ‘운명’에서도 “군대 이야기를 쓰자면 책을 한권 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강제징집과 공수부대 얘기를 18쪽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TV토론회에서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가 “그게 자랑이냐”는 공격을 받았다. 책에는 특전사 훈련 얘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자대로 돌아온 후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은 일도 있었다”고 적혀 있다.

군대 이야기는 여자들이 제일 싫어했다지만 요즘은 남자들도 잘 하지 않는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군대 끌려가면 ‘팔불출’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군대 얘기 꺼냈다간 본전도 못 찾기 일쑤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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