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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미·중의 한반도 체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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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3 01:07:20 수정 : 2017-04-11 16: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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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기득권 우선… 살벌한 외교전쟁 한국은 외톨이 모처럼 맑고 푸른 하늘을 봤다. 기승을 부리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물러간 덕분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분간 청명하고 포근한 봄날씨가 이어진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한반도 외교안보 기상은 딴판이다.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갈등과 대결의 검은 구름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북한은 물러서지 않는다. 중국은 무차별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를 가하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변덕스러운 봄날씨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원재연 국제부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에 가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났다. 틸러슨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긴장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서울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틸러슨이다. 베이징에선 톤이 낮아졌다.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말만 했다. 한국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대국답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던 그는 왕이 앞에서는 사드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지도 않아 우리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미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제동을 걸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틸러슨이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표현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파트너’라고만 밝힌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한·일을 차등화하는 듯한 뉘앙스 탓이다. 미 국무부가 “양국 모두 미국에 지극히 중요하다”고 해명했지만 왠지 곧이들리지 않는다. 틸러슨이 중국과 일본에서와 달리 한국에서 만찬을 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는 우리 외교부와 다른 설명을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 같다.

중국도 북핵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왕이는 틸러슨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했다. 중국은 빠질 테니 미국과 북한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다.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회담에서 북핵과 사드 문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발표 내용에는 없었지만 미·중 외교수장은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과 남중국해 갈등, 무역역조 같은 양국의 진짜 관심사를 주로 논의하지 않았을까.

강대국끼리의 ‘거대한 체스판’에서 판단기준은 국익이다. 국력과 국익이 국제정치를 지배하는 원리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살벌한 국제외교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 국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는 소외되는 형국이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은 동북아 정세의 향배를 가를 중요 이벤트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가 우리 이익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선주자들의 안보구상도 미덥지 않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트럼프와 노회한 시진핑(習近平)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욱했던 미세먼지는 걷혔지만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원재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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