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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포기는 없다”… 리베로 여오현 온몸 날린 ‘악바리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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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3 21:26:04 수정 : 2017-04-11 1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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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평론가 마이클 노백은 그의 대표 저서 ‘스포츠의 즐거움’에서 “인생의 목적은 즐기며 사는 것이기 때문에 스포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은 관중에게 짜릿한 희열을 안긴다. 다만 경기를 뛰는 선수의 경우 매번 그렇지는 않다.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수인 프로의 세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간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공인 신분이기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크게 부각될 수 있어 경기 외적인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 이쯤 되면 선수 입장에서의 스포츠란 즐거움이 아닌 ‘고통’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요즘 프로스포츠에는 유독 일찍 선수 생활을 청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여자프로농구 홍아란(전 KB국민은행)과 최근 남자 프로배구 김은섭(전 우리카드)이 석연찮은 이유로 임의탈퇴 공시됐다. 특히 김은섭은 과거 한 차례 팀을 떠난 뒤 올 시즌 배구계로 다시 돌아왔음에도 재차 배구를 등져 팬들을 실망케 했다. 이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치고 힘들다 보니 운동을 쉽게 포기한다. 선수 생활에 대한 간절함이 없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수원체육관에선 의미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38·사진)은 코트를 훌쩍 벗어난 공을 이를 악물고 쫓다 끝내 잡지 못하자 땅을 쳤다. 아쉬움에 무릎을 꿇은 채로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그는 동료 선수들의 부축을 받고야 일어섰다. 상황을 보자면 디그(강타나 길게 떨어지는 공을 받아내는 것)에 고작 한 번 실패했을 뿐이다. 그러나 여오현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의 플레이로 이날 경기서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여오현은 팀 내 최고참이자 플레잉코치다. 최태웅 감독과도 단 두 살 차이인 그는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하지만 지금도 후배들과 비교해 목소리가 작지 않고 코트에서 누구보다 더 활기차게 뛰어다닌다. 경기 도중 팀 분위기가 처질 때는 관중석으로 뛰어가 호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여오현의 이 같은 스포츠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일탈 한 번 없이 13년간 프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2005년 프로 배구 출범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 기록상 그가 일궈낸 디그만 5218개에 달한다. 전·현직 배구 선수를 통틀어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수치다. 여오현은 “배구를 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성실함과 최선의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덤덤히 말한다.

최근 한국 프로스포츠는 유독 투지가 실종된 모습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선수들의 이른 은퇴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몸 사리기에만 급급한 일부 선수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과거보다 높은 연봉과 대중적 인기에 흠뻑 취해서일까. 공을 쫓아가기보다는 지레 포기해버리는 무성의한 태도에 등을 돌린 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를 대하는 여오현의 태도는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된다. 여오현은 지금까지의 디그를 기록하기 위해 무려 6236번이나 코트에 몸을 날려야 했다. 역대 최고의 리베로라는 수식어는 수많은 고통에서 비롯된 셈이다. 몸을 아끼지 않는 여오현의 투혼에서 후배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있을까.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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