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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은 이제 옛말… 한국 축구 ‘창사 참극’

입력 : 2017-03-23 23:36:22 수정 : 2017-03-23 23: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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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명장 마르첼로 리피(69·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대표팀에 긴급 수혈됐다. 중국이 시진핑(64)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축구로 일으켜 세움)’ 정책에 따라 축구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 국가대표팀 성적만 아시아 바닥에서 헤매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리피 감독은 팀을 맡은 지 5개월 만에 180도 바꿔놓았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승점 자판기’로만 여겼던 중국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것이다. 최종예선에서 3승1무2패를 기록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A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이 시리아(승점 8) 원정경기에서 0-1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슈틸리케호는 간신히 조 2위를 지켰다. 아시아에서는 조별리그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한다. A조 3위는 B조 3위와 경기를 치른 뒤 북중미 4위팀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이겨야 본선에 오르는 부담이 따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국과의 경기 전반전에서 중국에 선취골을 내준 후 허탈해 하고 있다.
창사=연합뉴스
한국은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0-3 완패를 당한 뒤 7년 만에 중국에 졌다. 중국과 통산 전적 18승12무2패가 됐다. 리피 감독 체제에서 중국 대표팀의 ‘공한증(중국이 한국에 이기지 못해 생긴 두려움)’은 이제 옛말이다. 중국 대표팀은 이 경기장에서의 A매치 전적을 5승4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중국의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중국은 전반 33분 우측 풀백 장린펑(28·광저우 헝다)이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뒤 역습을 전개했다. 중원에서 스코틀랜드 리그 출신인 정쯔(37·광저우 헝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장린펑은 과감한 중거리슛을 날렸다. 이 슛을 수비수 홍정호(28·장쑤 쑤닝)가 걷어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였다. 왼편에서 왕용포(30·텐진 콴잔)가 코너킥을 올렸고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밖으로 돌아나온 중국 최전방 공격수 위다바오(29·베이징 궈안)가 헤딩으로 방향을 살짝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26·부산 아이파크)을 빼고 197cm의 김신욱(29·전북 현대)을, 후반 20분에는 고명진(29·알 라이안)을 빼고 황희찬(21·잘츠부르크)를 투입하는 등 전술적 변화를 모색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은 중국은 후반 들어 수비벽을 두텁게 쌓고 기습공격을 노렸다. 이 때문에 한국의 측면 크로스나 중앙공격은 모두 헛수고였다.

슈틸리케호는 전술적으로 완패했다. 리피 감독의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 수비진 뒷공간을 노렸다. 2선에서 최전방 빈공간으로 찔러줄 때 수비 뒤에 서있던 중국 공격수들이 치고 들어가는 공격 방식이다. 중국은 전반에만 오프사이드를 7개 범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의 수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추가 실점이 나올뻔했다.

최근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와 관련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날 경기장은 온통 중국을 응원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추미로 가득찼다. 반한, 반롯데 플래카드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 응원은 거칠었다. 원정팀 응원에 짓눌려서인지 한국은 초반 적극적인 공세보다는 안정적인 전략을 취했고 위축된 플레이를 보였다. 후반 중반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두 차례 중거리슛 외에는 눈에 띄는 공격이 없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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