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김수남 현 검찰총장까지 총 20명의 검찰총장이 배출됐다. 김 총장을 뺀 19명의 전직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이는 김기춘, 정구영, 김도언, 박순용, 송광수, 정상명, 김진태 전 총장 7명에 불과하다. 임기제 실시 후 임명된 19명의 전직 검찰총장 임기는 평균 1.4년으로 법정 임기 2년보다 7개월가량 짧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015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인 반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니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론상 임기 중 검찰총장을 3명가량 임명할 수 있다. 임기 중 적어도 3번 검찰총장 인사권을 무기로 검사들 ‘길들이기’를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명(김기춘·정구영·김두희), 김영삼 전 대통령은 4명(박종철·김도언·김기수·김태정), 김대중 전 대통령도 4명(박순용·신승남·이명재·김각영), 노무현 전 대통령도 4명(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명(김준규·한상대)의 검찰총장을 각각 임명했다. 임기 중 탄핵을 당해 4년간 재직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3명(채동욱·김진태·김수남)의 검찰총장을 임명했다.
대통령 1인당 평균 3.3명의 검찰총장을 임명한 셈이다. 특히 김영삼·김대중·노무현정부는 각 4명의 검찰총장이 배출되며 검찰 조직이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였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하지만 2년 임기 자체를 채운 검찰총장이 몇 안 되고 그나마 정권교체기의 검찰총장 중에는 임기를 마친 이가 전무한 실정이다. 노태우정부에서 임명된 김두희 검찰총장은 이듬해인 1993년 김영삼정부 출범 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형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영삼정부에서 임명된 김태정 검찰총장도 김대중정부 출범 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김대중정부에서 임명된 김각영 검찰총장은 이듬해인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후 ‘지금의 검찰 지휘부를 믿지 않는다’는 대통령 발언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물러났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명박정부 출범 후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다가 그가 갑자기 서거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종료를 약 3개월 앞둔 2012년 11월 검찰총장이 공석이 되자 아예 임명을 포기하고 차기 정권에 인사권을 넘겼다.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검찰총장에게는 고작 2년 임기를 주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명의 대통령이 적어도 3번 검찰총장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차기 검찰총장 후보들 입장에선 자연히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줄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빈소를 찾은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이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해외 사례를 보면 캐나다와 호주는 검찰총장 임기가 7년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법에 정해진 임기는 없으나 검찰총장이 평균적으로 5년, 7년, 그리고 3년간 재임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검찰총장 재임기간도 평균 2년7개월에 이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