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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마비' 베네수엘라…출산 위해 국경넘는 임신부들

입력 : 2017-03-24 09:51:28 수정 : 2017-03-24 09: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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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재고 바닥 등 병원 여건 악화…콜롬비아 '원정출산'
베네수엘라에 사는 헤를리마르 파스트란(30)은 이달 초 버스를 9시간 타고 이웃 나라 콜롬비아에 가서 아들을 출산했다.

의료진과 의약품, 의료기구 등이 모두 턱없이 모자라 사실상 '의료 마비' 상태인 베네수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에게도, 산모에게도 그야말로 '모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몇 달간 베네수엘라 임산부 수백 명이 출산을 위해 콜롬비아로 넘어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의료난으로 급속하게 열악해지는 베네수엘라 병원들의 여건을 부각하는 현상으로, 콜롬비아 공공 의료망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콜롬비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베네수엘라인 수천 명이 신장 질환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온갖 병을 치료하려고 콜롬비아로 향했으며, 이 가운데 최소 1천 명은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다.

특히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인 콜롬비아 노르테데산탄데르 주에는 작년 6월 이후 병원 치료를 받으려는 베네수엘라인이 3천 명 넘게 왔으며, 그중 4분의 1 정도는 아이를 낳으려는 여성이었다.

많은 베네수엘라 임산부가 무일푼으로 국경을 넘으며, 법에 보장된 무료 응급 치료를 받으려고 출산이 임박해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중남미에서 의료 서비스 모범국으로 꼽혔으나 의사들이 나라를 떠나고 병원 의약품 재고가 바닥이 나는 등 보건 체계가 위기에 빠졌다.

항생제, 수술 기구, 소독약 등이 부족해 여성들이 베네수엘라 병원에서 아이를 낳다가 감염, 출혈, 고혈압 등으로 숨질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전한다.

베네수엘라 정부 자료와 유엔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산모 사망률은 2014년 출산 10만 건당 70건에서 지난해 130.7건으로 뛰었다. 중남미 평균은 2015년 기준 출산 10만 건당 68건이었다.

이 기간 베네수엘라의 출생 후 1년 이내 영아 사망률도 1천 명 중 14.8명에서 18.6명으로 증가했다.

콜롬비아 국경과 맞닿은 산안토니오델타치라 지역의 소아과 의사 마르틴 로페스는 "베네수엘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콜롬비아에 가라고 말하기 당혹스럽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WSJ에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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