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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습 드러낸 세월호를 바라보는 양가감정 …"두렵고도 반갑다"

입력 : 2017-03-24 23:36:37 수정 : 2017-03-24 23: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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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무섭고, 한편으로는 기쁩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유혜원 학생의 아버지 영민(49)씨는 인양 과정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당시 아이들의 절규와 함께 침몰했던 세월호의 모습을 다시 보니 무섭기도 했지만, 진실 규명에 필요한 '1호 증거'가 세상에 나와 다행이라는 양가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꽃을 놓고 있다.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 꽃다운 고교생을 포함한 304명과 함께 수장됐다가 1073일(2년 11개월 7일)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바라보자니 저절로 비통한 마음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수습자 9명의 시신을 회수할 희망이 살아난 데 대한 반가움이 교차하는 게 인지상정일 게다.

23~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내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여느 때보다 엄숙한 가운데 희생자를 애도했다. 아울러 세월호 사태의 진상이 새로 규명될 것으로 희망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컸다. 

23일 들어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본격 드러내자 시민들은 하나둘씩 다시 분향소와 인근 전시관을 찾았고, 인양 목표치인 13m까지 올라온 24일 오전 10시쯤에는 100여명에 달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고명자(64)씨는 “아이들이 그 커다란 배에서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지, 마음이 아프다”라며 울먹였다. 고씨는 세월호 사고 당시 동생들과 함께 성금을 모아 핫팩을 사 유가족이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보내기도 했고, 답답한 마음에 두번 가량 직접 찾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사고 후)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기도했다”고도 말했다. 

24일 오전 수학여행 일정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진주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수학여행 일정으로 광화문광장을 찾은 경남 진주의 한 중학교 학생 20여명은 분향소를 마주보고 서 있는 '리본공작소'에 들렀고, 분향소로 발길을 돌린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 사진을 유심히 지켜봤다.

분향소에서 한참 동안 머물던 김모(14)군은 “(인양을 시작한 뒤)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 있었는데, 왜 2014년에 사고가 난 뒤 바로 인양할 수 없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인근 전시관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당시 영상을 말없이 바라보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기억하라 4.16 전시관’ 앞에 선 학생들은 드문드문 “무섭다”, “힘들고 아팠을 것 같다”, “슬프다” 등 감탄사 같은 짧은 대화만 나눈 채 모니터에 열중했다.

분향소에는 전날 오전부터 적지 않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몇몇은 영정 앞에 꽃을 놓았고, 사진을 둘러보다 조용히 묵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시물을 관람하거나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보며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광화문역 근처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유모(38)씨는 점심시간 짬을 내 분향소로 발걸음을 했다. 유씨는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고 마음이 아파 잠깐 들렀다”며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 인양 작업이 그동안 왜 이렇게 지지부진했는지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에 꽃을 놓고 나온 김소윤(30)씨는 “지금이라도 세월호 인양이 이뤄져서 다행이다”라며 “여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참사가 벌어진 진상을 규명하고, 사망자 수습 등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녹슬어버린 세월호 선체를 보니 그곳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춥고 힘들었을지 느껴진다”고 몸서리를 쳤다. 

지난 23일 오후 늦게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장 한켠 '4.16 광장 상황실'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1073일 전과 마찬가지로 광화문광장에 울려퍼졌다. 

광장 한견을 지키며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에 힘써 온 김용택 '광화문 4.16 광장' 상황실장은 “세월호가 인양되는 것을 보니 힘들었지만, 그간은 보람찬 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광화문광장에 매주 나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인양에 가장 큰 힘이 돼줬다”고 밝혔다. 이어 “서명 등을 위해 힘써준 50여명의 고마운 분들, 20여명이 돌아가며 지킨 천막 카페 등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며 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유씨 역시 “매주 촛불을 든 시민들을 보며 가슴 깊이 뭉클함을 느꼈다”며 “세월호 인양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미수습 아이들을 찾고, 진실을 새로 규명하는 등 앞으로 남은 과제가 더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씨는 “새 정권에서 적극 나서 세월호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히고 책임자들을 꼭 처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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