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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세월호 기름띠에 양식장 쑥대밭" 2차 피해에 어민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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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4 11:25:44 수정 : 2017-03-24 14: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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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해상에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띠를 형성해 미역 양식장에 유입되고 있다.
“이러다 다 죽게 생겨버렸어요….”

뭍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까지 가장 가까운(2.7㎞)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는 24일 이른 아침부터 비상이었다. 밤사이 세월호 사고해역 인근에서 기름띠가 떠 내려와 마을 양식장이 ‘쑥대밭’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주민 여모(여)씨는 부랴부랴 배를 타고 양식장을 확인하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여씨는 “걱정이 돼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마을 사람들이 이것만 목숨 걸고 하고 있는데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와 동갑이라는 그는 “다 내 아이 같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생계가 걸려 있다보니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인양 작업이 진행중이다. 하상윤 기자
세월호 참사 후 물심양면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인양작업을 돕고 있는 동거차도 주민들이 ‘2차 피해’에 끙끙 앓고 있다. 세월호 선체에 남아 있던 기름이 일부 유실되면서 인근 양식장이 엉망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동거차도 주민들이 생계를 잇고 있는 김과 미역 양식은 기름이 들러붙을 경우 치명적이다.

동생이 김 양식장을 하고 있는 주민 장모(73)씨는 “기름이 유출되서 양식장이 망가졌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며 “선생님(취재진)들은 가시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여기가 터전이다”라고 애타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지난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세월호 인양 현장이 한창인 가운데 어민들이 기름 유출에 대비해 오일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3년 전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기름유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주 기관 작동을 위한 벙커C유 139㎘ 등 경유 39㎘, 윤활유 25㎘가 실려있던 세월호는 참사 직후 사흘째부터 선체에서 기름이 유출돼 인근해상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3㎞가량 떨어진 동거차도 해안에 들러붙어 양식장이 쑥대밭이 됐다.

세월호 선체에는 인양 작업 한 달 전부터 선체에 남아있는 기름(900t) 제거 작업이 진행됐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일부 지점에는 기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거차도 주민들이 지난해 10월쯤 양식을 위한 1차 포자작업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는데, 주민들은 이를 기름이나 화학약품 등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12월 2차 포자작업을 한 뒤 수확시기(3월 중순)에 다다랐지만, 세월호 인양 작업과 맞물린 탓에 수확을 조금 미뤘다가 치명타를 입었다.

양식장 소식을 듣고 부두로 나서던 박형옥(78)씨는 “몇십년 동안 (양식업이) 잘 됐는데…”라며 “몇년 전 부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우리는 제대로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해경 등에서 부랴부랴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기름 유출 상태를 확인한 주민들이 방제를 사실상 포기할 정도로 기름유출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수확기와 맞물린 탓에 당시 수확을 포기하며 현장수습 및 수색에 동원되기도 했다. 시신을 직접 건져올리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포자비 등 제경비 67%가량 제외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대처 탓에 끙끙 앓던 상태였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사고를 시점으로 이 지역 조업량이 약 1/3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름유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거차도 주민들은 긴급하게 마을회의를 소집하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올해 농사도 사실상 끝났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문제”라며 크게 낙심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동거차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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