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해상에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띠를 형성해 미역 양식장에 유입되고 있다. |
뭍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까지 가장 가까운(2.7㎞)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는 24일 이른 아침부터 비상이었다. 밤사이 세월호 사고해역 인근에서 기름띠가 떠 내려와 마을 양식장이 ‘쑥대밭’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주민 여모(여)씨는 부랴부랴 배를 타고 양식장을 확인하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여씨는 “걱정이 돼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마을 사람들이 이것만 목숨 걸고 하고 있는데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와 동갑이라는 그는 “다 내 아이 같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생계가 걸려 있다보니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인양 작업이 진행중이다. 하상윤 기자 |
동생이 김 양식장을 하고 있는 주민 장모(73)씨는 “기름이 유출되서 양식장이 망가졌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며 “선생님(취재진)들은 가시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여기가 터전이다”라고 애타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지난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세월호 인양 현장이 한창인 가운데 어민들이 기름 유출에 대비해 오일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
세월호 선체에는 인양 작업 한 달 전부터 선체에 남아있는 기름(900t) 제거 작업이 진행됐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일부 지점에는 기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거차도 주민들이 지난해 10월쯤 양식을 위한 1차 포자작업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는데, 주민들은 이를 기름이나 화학약품 등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12월 2차 포자작업을 한 뒤 수확시기(3월 중순)에 다다랐지만, 세월호 인양 작업과 맞물린 탓에 수확을 조금 미뤘다가 치명타를 입었다.
양식장 소식을 듣고 부두로 나서던 박형옥(78)씨는 “몇십년 동안 (양식업이) 잘 됐는데…”라며 “몇년 전 부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우리는 제대로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수확기와 맞물린 탓에 당시 수확을 포기하며 현장수습 및 수색에 동원되기도 했다. 시신을 직접 건져올리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포자비 등 제경비 67%가량 제외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대처 탓에 끙끙 앓던 상태였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사고를 시점으로 이 지역 조업량이 약 1/3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름유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거차도 주민들은 긴급하게 마을회의를 소집하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올해 농사도 사실상 끝났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문제”라며 크게 낙심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동거차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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