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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감춰둔 범죄수익, 검찰이 되찾아 피해자에 돌려줘

입력 : 2017-03-24 14:38:18 수정 : 2017-03-24 14: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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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국제협력단, 해외 범죄수익 첫 환수·반환 '쾌거'

A(48)씨는 2000년대 후반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금융다단계 사기를 저질렀다. “외환 투자회사를 상장해 이익을 내주겠다”는 A씨의 제안에 속아넘어간 피해자만 1800여명에 달했다. A씨가 2007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투자금 명목으로 가로챈 돈은 296억원에 이르렀다.

서울남부지검이 A씨를 수사한 결과 다른 사기범죄가 추가로 드러나 기소된 범행 규모는 무려 258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A씨가 범죄수익 중 19억6000만원을 돈세탁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빼돌린 점이다. 그는 아내 명의로 캘리포니아에 빌라를 매입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이 사실은 안양지청이 밝혀내 A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결국 A씨는 2010년 10월 법원에서 징역 9년의 중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은 A씨의 형이 확정된 뒤 미국에 빼돌린 범죄수익 환수 절차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에 부동산 몰수 및 범죄수익 환수 공조 요청을 했고, 미국 연방검찰이 나서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A씨 소유 부동산의 몰수에 착수했다. 2012년 2월 미국 연방법원은 몰수 허가 결정을 내렸고 A씨 소유 빌라는 공매로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몰수 절차는 끝났는데 그 매각대금을 국내로 들여올 법적 근거가 빈약했다. 이에 검찰은 미국 연방법률이 규정한 ‘몰수 면제 및 피해자 환부’ 제도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범죄 피해자 등 무고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범죄수익을 국고로 몰수하는 대신 범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해 11월 내부에 ‘미국 유출 범죄 피해금 환부지원팀’을 설치했다. 총 15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투입돼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1800여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2개월 동안 2000여건의 전화 및 방문상담을 실시한 결과 최종적으로 피해자 691명의 피해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지난 1월 미국 법무부에 이 691명의 명단 및 피해액을 보냈고 최근 미국 법무부는 이들에게 총 87만8000달러(약 9억8000만원)를 지급했다. 배분은 피해액에 비례해 이뤄졌다. 피해자 1인당 평균 140만원을 돌려받았는데 피해액이 1000만원인 경우 약 70만원을 수령했다. 비록 사기당한 원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피해자들은 “10년 전에 사기를 당해 포기한 것을 국가가 일부나마 찾아준 것에 감사하다”며 이구동성으로 검찰의 노고를 칭찬했다.

이는 검찰이 외국으로 빼돌려진 범죄 피해 수익을 찾아 직접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첫 사례다. 법제도가 서로 다른 한·미 양국이 적극적이고 끈질긴 협상과 공조를 통해 거의 5년 만에 범죄 피해 수익 환수를 이뤄낸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 국제협력단 권순철 단장은 24일 “국내법상 법적 근거 미비로 환수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던 점을 고려해 향후 우리의 범죄수익 환수법제 개편 시 반영 필요하다”며 “외국에서 해당국법에 따라 몰수·추징된 범죄 피해 재산에 대해서는 국내 환수 및 피해자 반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또 범죄 피해 재산의 범위 확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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