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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49일 만에 20명 사망… 중국판 '형제복지원 사건' 충격

입력 : 2017-03-25 10:00:00 수정 : 2017-03-24 20: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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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자폐아센터 49일 만에 20명 사망/화장실도 없는 좁은 공간에 수십명 수용 중국 광둥(廣東)성의 한 자폐아동 지원센터에서 49일 만에 아동 20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공안당국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관련자 4명을 사법조치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지원센터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 이상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중국신문망 등 언론에 따르면 지원센터에서 올해 1월 초부터 2월18일까지 아동 20명이 숨졌다. 신경보는 2011년부터 이곳으로 보내진 아동은 200여명에 달한다며 지난 6년 동안 100여명의 아동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아동은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무명씨 683호’와 같이 번호만 사망자 명단에 등재됐다. 

49일 만에 아동 20명이 사망한 중국 광둥성 사오관시 렌시지원센터 정문 모습.
중국신문망 제공
이 사건은 지난해 말 16세 소년 레이원펑(雷文鋒)이 광둥성 북부 사오관(韶關)시에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에 따른 쇼크사로 밝혀졌고, 그의 아버지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아들이) 말라 있었다”고 했다. 특히 레이원펑이 생활했던 지원센터의 열악한 환경이 알려지면서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15㎡ 면적에서 수십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했고 화장실도 없어 악취가 진동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은 밧줄에 묶여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곳은 자폐아동지원센터가 아니라 지옥”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고, 중국 언론과 사회는 14년 전 쑨즈강(孫志剛) 사망사건과 비교하며 지원센터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4년 전인 2013년 광저우에서 직장을 다니던 후베이(湖北) 성 출신의 평범한 20대 청년 쑨즈강은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고,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외지인 임시 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는 다른 수용자들과 간수들의 구타로 숨졌다. 이 사건이 중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21년 동안 유지됐던 ‘도시 유랑 걸식자 수용 송치법’이 개정됐다.

인민일보는 “4년 전 쑨즈강의 죽음으로 수용제도가 폐지되고 지원제도로 바뀌었지만 레이원펑의 사망으로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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