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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인양보다는 안전한 인양 해달라” 유가족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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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4 18:35:14 수정 : 2017-03-24 2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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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월호 보며 안도·긴장 교차 / ‘날씨 변덕 부리면 어쩌나’ 조마조마 / “대선정국서 진상규명 묻힐라” 걱정도 / 인양과정서 기름 유출 양식장 피해 / 상하이샐비지 “방제 작업 총력” 사과 24일 오후 4시55분 바다 위로 13m 끌어올린 세월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월호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안도와 긴장의 빛이 교차했다.

애타는 심정 지난 3년 동안 차디찬 바닷속에 잠든 가족을 애타게 기다려온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해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이들은 반잠수식 선박에만 무사히 올려놓는다면 3년간 그토록 원했던 세월호 인양이 성공할 것이란 기대와 이동하는 사이 날씨가 변덕이라도 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동시에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하루빨리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안전한 인양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세월호 인양 현장 인근의 선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염원했다.

세월호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인양업체 관계자들이 기름유출에 대비해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이들은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으나 서로를 다독이며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양수산부의 브리핑을 TV를 통해 확인하거나 휴대전화로 작업 진척 상황을 체크하기도 했다. 직접 인양과정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드론을 날리고 싶다”며 한 외신기자에게서 배터리를 빌렸다.

배를 타지 못해 동거차도 야산 정상에 자리 잡은 유가족들은 세월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단원고 ‘2학년 9반 경미’ 어머니는 “바다가 참 조용하고 잔잔하다”면서 “더 말을 하면 울 것 같다”며 입을 닫았다. 경미는 꿈이 건축가였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크게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3년간 외쳐온 진상규명이 또다시 묻힐까 우려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지금 저 자리가 내 자식이 죽은 자리”라며 “지금의 인양 방식을 우리가 이전부터 주장했는데 정부가 이제서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동거차도를 찾은 시민 임모(50)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인양 방법이 바로 달라지고 배가 올라왔다”며 “대선 정국에서 또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묻힐까봐 무섭다”고 걱정했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되면서 인근의 김, 미역 양식장을 덮쳐 동거차도 어민들이 비상이 걸렸다. 인양 현장에서 1㎞가량 떨어진 미역 양식장에는 검은 기름띠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 겪은 기름 피해로 입은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기름띠가 미역 양식장을 덮쳐 오자 어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동거차도 어민 150여명이 70ha 규모의 미역 양식장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에 다시 기름 피해를 보면 살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주민 여모(여)씨는 “세월호 인양이 잘된 일이지만 생계가 걸려 있다 보니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이에 인양작업을 맡은 상하이샐비지 측은 기름 유출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의 한국 측 윤종문 대표는 이날 동거차도 마을회관을 찾아 “선체에 실려 있는 자동차나 거기에서 유출되는 기름을 제거하지는 못했다”며 “가용할 만한 모든 선박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도=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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