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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보던 박미희 감독, 리더십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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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4 21:19:20 수정 : 2017-03-24 2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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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옆에서 보고 있단다.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여자 프로배구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이 코트 위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꼭 선수들에게 이같이 말하는 듯하다. 실제로 경기장에선 팔짱을 낀 채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응시하는 남성 감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포착된다. 범실이 나오면 발을 동동 구르며 선수들과 같이 아쉬워하는가 하면 득점이 나오면 손을 번쩍 들고 세리머니를 한다. 팀이 수세에 몰릴 때는 선수들 옆에서 괜찮다며 다독여주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처럼 박 감독 특유의 ‘엄마 리더십’은 선수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데서 비롯됐다.

2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서도 박 감독의 리더십은 돋보였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사령탑을 잡은 지 3년째지만 결승전은 처음이다. 평소보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 감독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별한 경기로 보기보다는 담담하게 임하라고 주문했다. 세터 조송화하고는 같이 산책도 하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다그치기 보다는 영락없이 시험을 앞둔 딸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까. 이날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에 3-2(25-13 20-25 25-22 13-25 15-13) 승리를 거두며 2016~2017 시즌 통합우승을 향한 청신호를 켰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르느라 체력 난조에 시달렸던 기업은행에게 1세트를 가볍게 빼앗아왔다. 1세트에만 도합 13득점을 합작한 이재영-러브 ‘쌍포’가 제대로 터지면서 주도권을 일찌감치 가져왔다.

그러나 2세트에서는 리베로 한지현이 쏟아지는 목적타를 견뎌내지 못하고 연방 공을 놓쳤고, 공격도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세트를 내줬다. 위기를 맞은 선수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 곳은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이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흐름을 가져오라고 다독이자 선수단이 힘을 냈다. 이어진 3세트부터 다시 조직력을 회복한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세트를 연달아 가져왔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강조했다. 냉엄한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유례없는 ‘엄마 리더십’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한 판이었다.

인천=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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