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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로즈업] 온시우 저격·유세윤 광고 하차가 드러낸 '여혐'

입력 : 2017-03-25 13:01:00 수정 : 2017-03-25 15: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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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온시우(왼쪽 사진)·개그맨 이국주.

사회 전반의 논쟁거리인 '여혐(여성혐오·여성에 대한 증오 혹은 반여성적 편견)'에 대해 곱씹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배우 온시우가 개그맨 이국주를 공개 비난한 것을 두고 찬반이 나뉘었고, 이는 결국 '여혐'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 2015년 과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개그 트리오 옹달샘 멤버 유세윤도 넷플릭스 코리아 광고 모델로 발탁됐지만, 트위터 유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광고에서 하차한 것도 여혐 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온시우는 공식 사과, 유세윤은 광고 하차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온시우는 이국주가 악성 댓글에 대해 법적 대응하기로 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으켰다. 이국주는 슬리피와 가상부부로 출연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스킨십하는 장면을 두고 외모 비하 댓글이 올라오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온시우는 "댓글로 조롱당하니까 기분 나쁜가요. 당신이 공개석상에서 성희롱한 남자들은 어땠을까요. 대놓고 화낼 수도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씁쓸히 웃고 넘어갔을 그 상황. 이미 고소를 열 번도 더 당했을 일인데 부끄러운 줄이나 아시길"이라고 이국주를 비난했다. 

이후 온시우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옳은 말" "속이 뻥 뚫린다" 등 옹호 반응이 있는 반면 외모 비하 악플러에 대한 응징이 남자 연예인에 대한 성희롱으로 흘러간 것이 논점을 흐렸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결국 온시우는 논란 3일 만인 지난 21일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 입은 당사자 이국주 님과 그 주변인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도 "악플을 고소한다는 기사에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반문을 제기한 점이 악플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최초 게시 글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그는"악플 조롱과 성적 조롱은 모두가 잘못된 것이다. 전혀 상관 관계가 없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거나 "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의견은 누군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써 느꼈던 개인의 감정과 생각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유세윤은 동영상 유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의 한국 홍보 동영상 모델로 나섰으나 여혐 논란으로 하루 만에 삭제됐다. 지난 22일 각종 SNS를 통해 공개된 유세윤의 '아이언 피스트' 홍보 동영상은 과거 유세윤이 옹달샘 멤버들과 나눈 여성 혐오 발언을 문제 삼은 네티즌으로부터 부적절한 광고 기용이라는 항의를 받았고, 다음날 넷플릭스 측은 해당 동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공식 SNS에 "더욱 귀 기울이고 살펴보는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세윤은 과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 진행 당시 성경험담은 물론 여성에 대한 거친 발언이 논란이 되자 2015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사과 이후에도 유세윤이 제작한 광고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했다는 논란에 수차례 휩싸인 바 있다. 

'남편' '여혐' 등으로 대표되는 남녀 갈등은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온시우의 발언이 솔직한 감정 표현이었다고 하지만, 이는 종국에 예쁘지 않은 여성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발언의 기저에 여혐이 깔린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유세윤의 과거 발언에는 여성을 희화화해 웃음을 얻는 도구로 취급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솔직했건, 실수이건 두 사례 모두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들이대는 기준이 오히려 성 혐오나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비난을 위한 비난' 혹은 '프로 불편러'의 시각이 그것이다. 

온시우의 경우 주체가 시청자가 아닌 남성에 초점을 맞춰 여성 개그맨을 향한 지적을 여혐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유세윤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지만, 과거 발언만으로 여혐 연예인으로 낙인 찍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을 간과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속에 뿌리내린 혐오 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어느 날 갑자기 남성 혹은 여성을 바라볼 때 동등한 시선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뜨거운 주제인 성 혐오을 드러낸 사건이 상처만 깊게 남긴 채 일단락됐지만, 우리 사회 고질적인 성차별의 병폐와 불신을 들여다볼 계기로 남았다는 점에서 미미하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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