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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떠오른 세월호… 잊어선 안될 일베의 ‘폭식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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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6 14:58:45 수정 : 2017-03-28 16: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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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지 3년여만이다. 세월호 인양을 계기로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잊지 말자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잊지 말아야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났던 우리 사회의 갈등들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사태로 많은 이들이 슬픔을 느낀 동시에 곳곳에서 갈등도 목격됐다. 대표적인 갈등 주체는 ‘일베’다. 일베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로,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그러나 수준 이하의 인격모독성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일베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어묵’에 비교하는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게시물들을 올리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했다. 그런 일베의 활동이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던 것이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졌던 ‘폭식투쟁’이었다. 2014년 9월6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자 일베 회원들이 근처에서 피자와 치킨 등을 먹는 폭식투쟁을 한 것이다.

일베가 폭식투쟁을 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광화문광장 한켠에 ‘일간베스트 회원님들 식사하시는 곳’을 마련하기도 했다.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폭식투쟁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알라는 취지였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없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오전부터 몇팀의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아 식사를 했으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이곳을 찾아 인증샷을 찍었다. 


이날 오후에는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고, 한 50대 남성은 이들에게 피자 100판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오마이뉴스TV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일베 회원들에게 “(폭식투쟁을 한다는) 일베 게시판을 보고 피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먹고 행복하게 지내고 계속 나라를 지켜달라”며 “일베가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일베 회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광화문광장에 앉아 피자와 치킨 등을 먹었다.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가족을 잃고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보란듯이 음식을 먹으며 조롱했던 일베의 폭식투쟁은 결코 존중받을 수 없는 투쟁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대낮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같은 어이없는 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비로소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이었다.
3년 전, 유족들 옆에서 치킨과 피자를 뜯던 그들이 물 속에서 떠오른 녹슨 세월호와 눈물 흘리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다. 그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미성숙한 행동이었는지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길 바란다. 그리고 한때 서울 한복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었다는 것을, 우리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영상 출처= 오마이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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