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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동력은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 믿는 것 / 무거운 짐 내려놓고 인생의 여행 즐기길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과 초보자는 가지고 떠나는 짐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여행의 달인일수록 짐을 적게 가지고 간다. 하지만 초보자일수록 짐을 많이 가지고 떠난다. 짐이 없는 여행객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일행과 환담을 나누며 여행을 즐긴다. 반면 등에 짐을 잔뜩 지고 떠난 여행객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여행을 떠난 것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일행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걸어도 여행이 힘들기에 대꾸를 안 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다. 오직 자신이 힘든 것만 의식하고, 이렇게 힘든 여행을 떠난 자신과 권유한 사람에게 화를 낸다. 사실 여행 그 자체는 즐거운 것도 아니고, 괴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사람은 여행을 즐기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힘들게 할 뿐이다. 여행이 즐겁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짐을 줄여야 한다.

종종 살아가는 일을 여행에 비유한다. 삶 그 자체는 즐거운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삶이라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부는 삶 자체에 있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지에 달려 있다.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짐을 줄여야 한다. 등에 지고 있는 짐은 보이기에 쉽게 내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행할 때 짐을 많이 가지고 가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먹을 것, 입을 것을 충분히 가지고 가지 않으면 도중에 굶주리거나 추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짐을 지고 갈 수밖에 없다. 만약 가는 도중에 얼마든지 필요한 식량이나 물품을 구한 경험을 했다면 구태여 많은 짐을 지고 갈 필요가 없다.

삶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도 어려울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믿음은 곧 힘이다. 어린아이가 혼자 있을 때 강아지가 다가오면 두려워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강아지가 다가오면 별로 겁이 안 난다. 강아지가 해치려고 할 때 어머니가 도와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물리적으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자신이 힘들 때 어머니가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어머니가 옆에 있어도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심리적으로는 혼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결국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힘을 합친 것이다.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두려움이 없어지기에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완전무결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힘들 때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완전하려고 노력하는 ‘완벽주의자’의 덫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삶이라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한성열고려대 명예교수·만남과풀림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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