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집으로 돌아가던 나의 그림자가 죽었다
문지방 앞에서 흘러내린 어둠엔 꽃냄새가 가득했다
달의 뒤편으로 추락하던 지구가 새로운 별을 임신했다
창가에 남아 있던 냉기가 시간의 한 틈을 쪼개었다
문득 별이 터지니 죽은 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십년 전의 벚꽃들이 폭약처럼 터졌다
이제 나는 슬프지 않을 거야, 라고 노래 부르며
한 아이가 문 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시와 노래는 원래 한 몸이었다. 우리의 시(詩)가 전통 가사(歌辭)에서 율격을 탈피해 자유시, 현대시로 분화 발전해 온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하여 올해 노벨문학상을 뮤지션인 '밥 딜런'이 받았다는 게 이상하지 않다. 문학의 보편성 확장 측면을 고려하면 되레 바람직하고 전향적인 판단이었다 할 것이다.
김영남 시인 |
인용시 ‘아침의 시작’은 강정의 시 중 비교적 깔끔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시다. 아침 풍경을 그려내는데 시선을 두세 번 굴절시킨 감각으로 대상을 포착하고 있어서 서정적 여운도 오래 남는다. 음악적 특성으로 비유하면 ‘록발라드’풍이라 할까. 여하튼 자전거 바퀴가 지평선 멀리 사라지고, 아침 해가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풍경을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한 표현은 절창이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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