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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용 사업에 기업 돈 끌어 쓰는 일 다시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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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7 01:12:56 수정 : 2017-03-27 01: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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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급조한 청년펀드에 기업총수 은행 대출 받아 기부 / 정경유착 관행 뿌리 뽑아야 정권용 사업에 돈을 대기 위해 기업 총수들이 은행 빚까지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신동빈 롯데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안 내면 왕따를 당한다며 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당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개인 돈으로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인 신 회장은 수중에 돈이 없어 은행에서 70억원을 빌렸다. 그는 “일본, 미국에 살았으면 기금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태원 SK회장도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아 은행에서 60억원을 빌려 출연했다. 광복절 특사로 수감 생활에서 벗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정권에 밉보여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동원한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닐 수 없다.

청년희망펀드는 2015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이 일시금으로 2000만원, 매달 월급에서 20%를 기부하기로 약속하자 기업 총수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머니를 열었다.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법정에서 “대통령이 낸다는데 가만히 있겠냐. 이것은 총수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권용 사업에 금융권도 가세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선 기부자 중 52%가 13개 수탁은행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적 바람을 일으키기가 여의치 않자 정부가 금융권을 독려해 참가자를 늘린 것이다.

물론 청년희망펀드는 선의의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권력이 앞장서고 기업이 밀어주는 식이 되다 보니 그만 빛이 바래고 말았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면 왜곡되게 마련이다. 기업의 자율적 판단과 투자가 불가능해지고 사업 자체도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희망펀드 역시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현재 존속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경유착의 뿌리는 매우 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치적용 사업에 협조하라고 주문한다. 일렬로 죽 늘어서서 대통령에게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후진적 관행이 권력과 재계 간에 뒷거래가 이뤄지는 시발점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을 근절하자면 재계의 반성과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전경련의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는 그 이상의 개혁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은 먼저 정치권력부터 변하는 것이다. 정권용 사업에 기업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희망펀드처럼 아무리 희망의 수식어를 붙일지라도 그런 권력에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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