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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트럼프 탄핵되면 초유의 '승계자 공백 사태'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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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7 14:45:07 수정 : 2017-03-27 14: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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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러시아와 ‘내통’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정치 외곽단체들이 탄핵 서명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 단체인 ‘시민을 위한 표현의 자유’ 등이 진행 중인 트럼프 탄핵 국민 청원 서명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미국 CBS 방송의 저명한 앵커 출신 방송인 댄 래더(Dan Rather)는 “미국 정부의 아마겟돈 지수가 10을 기준으로 하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에 9에 이르렀고,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로 5, 6가량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계단식 폭포의 물처럼 그 강도가 증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경우 대통령 궐위시 서열에 따른 대통령직 승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가 지난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및 공화당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면 현 정부와 여당의 지도부가 모두 ‘반역 혐의’ 연루자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공신’서 트럼프 ‘정적’으로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정보위원회의 ‘러시아 연계 의혹 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눈덩이처럼 커지는 러시아와 내통 사건.

미 연방수사국의 제임스 코미 국장은 의회 증언을 통해 러시아 측이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진영을 막후에서 지원했는지 수사하고 있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가정교사’였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선 기간 중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 
마이클 플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오른쪽)이 2015년 12월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관영 TV RT 개국 10주년 행사에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그는 이 사실을 숨기다가 언론 보도 등으로 발각돼 쫓겨났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기업 등으로부터 강연료 명목으로 6만 8000달러(약 7575만 원)를 받았다. 이 중 4만 5000달러는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방송사인 RT로부터 받았기에 미국 공무원이 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는 헌법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나포트는 러시아 정부 및 정보 기관과 수시로 접촉한 사실이 미국 정보 당국의 도청을 통해 확인됐다. 매나포트는 2007∼2012년 사이에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친 러시아 집권당 정치인을 위한 자문의 댓가로 1270만 달러(약 141억 5000만 원)를 챙긴 사실이 들통나 선대본부장에서 물러났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키슬략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위증했다. 세션스는 이런 이유로 법무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 선상에서 배제됐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으로 지난 대선 때 선거 전략가로 활동했던 로저 스톤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핵심 그룹으로 지목된 해커 ‘구시퍼(Guccifer) 2.0’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위반 혐의는 영장에 적시됐다. 구시퍼 2.0은 미국 민주당 전국위와 하원 선거위원회(DCCC)를 해킹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탄핵 사유

미국 헌법에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는 △반역 △뇌물 수수 △기타 중범죄 등이 규정돼 있다. 트럼프는 이 중에서 반역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 미국의 적성국이었고, 현재에도 미국의 수사 기관과 정보 기관 등은 러시아를 적성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측근을 통해 유도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반역죄에 해당한다는 게 미국 시민단체와 일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탄핵 서명 추진 단체는 트럼프 측근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금전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헌법 규정을 위반했고, 트럼프는 러시아 커넥션을 부인하는 등 사법절차 방해, 위증, 권력 남용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로 당선됐어도 미국 헌법에는 재선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대통령 유고시에는 승계 서열에 따라 대통령직을 물려 받게 돼 있다.

◆트럼프의 승계자는

미국에서 대통령 승계 순위는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 최고위직 인사,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각료 등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다. 만약 트럼프가 탄핵을 당하면 법적으로는 펜스 부통령, 폴 라이언 하원의장,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의 순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는 법적, 도덕적인 권한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러시아 해커팀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웹사이트 등을 해킹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 등의 이메일을 대거 절취한 뒤 위키리크스에 공개했었다. 만약 러시아 측이 이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와 내통한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인 권력 승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노음 온스타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이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 기고문을 통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서 이 같은 부정 선거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물려받기 어렵다. 여당인 공화당도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총선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고, 공화당 지도부 인사인 라이언 하원의장과 해치 위원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기에는 심각한 법적, 도덕적 결함이 있다고 온스타인이 주장했다. 틸러슨 국무장관 등 각료 역시 부정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임명했기에 자격 미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헌정 중단 사태가 올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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