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연임성공 증권업계 CEO '책임경영 기대감 vs 장수 리스크'

입력 : 2017-03-28 08:32:38 수정 : 2017-03-28 09:39: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장기적 안목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업계 경쟁력 높이는 계기
곳곳서 직원들 기강해이 현상 나타나…근원적인 쇄신 나서야

(왼쪽부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면서 '책임경영' 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임 성공으로 CEO들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면서 주식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도 한발 앞장설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고인물은 썩듯이 잘못된 시스템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폐 해소에도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유상호 사장은 2007년 47세 나이로 사장에 올라 2018년까지 11년째 지휘봉을 맡게 됐다.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도 2010년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2020년까지 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2018년까지 임기를 채우면 10년째 사장직을 수행하는 대기록을 세운다.

◇ '책임경영' 시스템…"업계 경쟁력 높일 것"

업계는 장수 CEO들이 탄생하는 것에 대해 반색한다.

먼저 증권사 수장이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성과에 급급하게 되면 안전하고 수익이 나는 곳에만 몰두할 뿐 위험한 투자는 꺼리게 되고 장기적인 전략을 도외시하게 된다. 이는 주주가치를 위해 일하는 경영자들의 모습이 아닌 본인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게 하고, 결국 책임경영과는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 CEO들의 연이은 성공은 침체된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더구나 국내 30대그룹 계열 증권사들의 대표이사 평균 임기가 2.7년에 불과할 정도로 증권사 CEO들은 '파리 목숨'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장수 CEO들도 걸맞은 성과를 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취임 당시 1조7900억원 수준이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키워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업계 상위권의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투자은행(IB) 부문에서만 영업수익 2100억원을 거두는 등 전체 실적의 3분의 2를 IB에서 달성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2015년 789억원의 순이익으로 1949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바 있다. 작년엔 중소형 증권사들이 4분기 채권 평가 손실로 적자로 전환한 곳이 많았음에도 62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보증권은 주식 브로커리지 외에도 채권, 외환사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부문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해준 사장의 이같은 다각화 전략에 힘입어 교보증권은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올해 세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873억원을 기록, 1973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21.3%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대형증권사들의 귀감이 되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최희문 사장은 '성과 뒤에 보상 있다'는 기치 아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을 10배나 올려놨다.

2009년부터 수장을 맡아온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도 주력사업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분야에서 11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작년 13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8년 만에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고인물은 반드시 썩는다?…숙제도 남아

그러나 장수 CEO들이 오랜기간 조직을 맡으면서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다보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자의 무리한 경영을 막기 위한 방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에도 수 차례 직원들의 개인비리 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직원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러한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은 올초 초강수를 두면서 쇄신에 나섰다.

유상호 사장은 직원들의 횡령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직원의 신용도를 조사해 신용이 낮은 직원은 영업점 배치를 배제하는 안을 검토중이고, 한 지점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이동 발령을 단행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직원들의 횡령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건 발생의 원인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장수 경영자의 배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010년 동부증권 수장에 오른 고원종 사장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고원종 사장은 2013년 2월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동부증권 자금 700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건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는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동부증권 측은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증권은 2013년부터 징검다리 식으로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업계는 고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고 봤지만 작년 극적인 흑자 전환으로 연임을 보장받았다고 분석한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세계파이낸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