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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동물도 나보단 살기 편해"…조력자살 간청하는 사연

입력 : 2017-03-28 13:00:00 수정 : 2017-03-28 11: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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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이 조력에 의한 자살을 합법화해달라는 남성의 사연을 심리 중이어서 조만간 나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귀 진행성 신경학적 질환 다계통 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을 앓는 영국의 한 50대 남성 사연이 발단인데, 현재 이 같은 방법으로 세상과 작별하는 행동 자체가 영국에서는 불법이어서 만약 법원이 합법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불치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출신인 오미드(54)가 다계통 위축증 진단을 받은 건 2014년의 어느날. 12살 때인 1975년 고향을 떠나 영국에 건너온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했으나, 2008년 처음 어지럼증을 느낀 이래 점점 증세가 심해지면서 결국 일까지 그만둬야 했다.

 

다계통 위축증을 앓는 오미드(54)는 “동물도 나보다는 사는 게 편할 것”이라며 “그들(의사들)은 이게 그나마 사람다운 삶이라고 한다. 사람답게 산다는 게 도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하느냐. 내가 사람처럼 보이느냐. 정말 내가 사람처럼 사는 것 같으냐”라고 말한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다계통 위축증을 앓으면 경직과 자세 불안정 등 임상적으로는 파킨슨병 증세가 초기에 나타난다. 침흘림, 삼킴곤란, 기립저혈압, 배뇨장애 등의 증세도 동반한다. 명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질환 증상 조절에 목적을 두는 정도여서 약물치료가 전부로 전해졌다.

두 아이 아빠인 오미드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재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도뇨관을 몸에 꽂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내려올 수조차 없어서 “오늘이 마지막 아침이길”하고 되뇌는 게 오미드의 말버릇이 됐다.

오미드는 과거 영국 BBC2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도 “동물도 나보다는 사는 게 편할 것”이라며 “그들(의사들)은 이게 그나마 사람다운 삶이라고 한다. 사람답게 산다는 게 도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하느냐. 내가 사람처럼 보이느냐. 정말 내가 사람처럼 사는 것 같으냐”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25년간 결혼생활을 했던 오미드는 처음 자살을 시도했던 2015년 아내와 이혼했다.

오미드가 원하는 건 죽을 권리를 찾는 것뿐이다. 증세가 심각하지 않아 앞으로 길게는 10여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의사는 보는데, 그는 비참한 인생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력에 의한 자살을 합법화하지 않은 법이 자기 인생을 더욱 처절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현지의 한 법원이 오미드의 청구에 따라 조력에 의한 자살이 합법인지를 심리 중이다. 외신들은 이르면 결과가 이번 주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오미드의 손을 법원이 들어준다면 영국 의료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오미드는 “법은 바뀌어야 한다”며 “불치병 환자들에게 언제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이상 지금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며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오늘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미드의 변호인 사이모는 “그에게는 고통으로 가득 찬 날만 남아있다”며 “오미드는 죽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드는 스위스로 갈 수도 있지만, 그는 ‘왜 내가 스위스에 가서 죽어야 하느냐’며 자기가 사는 땅에서 인생을 마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하던 오미드는 2008년 어느날, 처음 어지럼증을 느꼈으며 2014년 병원에서 다계통 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오미드의 스위스행이 옵션으로 떠오른 건 안락사와 조력에 의한 자살이 스위스에서는 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스위스에는 조력자살 클리닉 6곳이 있으며, ‘디그니타스(Dignitas)’를 비롯한 4개 클리닉은 외국인에게도 서비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하려면 1만프랑(약 1130만원) 안팎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미드의 이야기는 잉글랜드 슈롭셔 카운티에 사는 67세 남성의 사연을 토대로 한다. 운동신경질환을 앓는 이 남성도 조력에 의한 자살을 합법화해달라며 심리를 신청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오미드와 달리 그는 살아있는 날이 6개월 이하인 사람에 한해 허가해달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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