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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일상 속 작은 사치… 봄을 피우다

입력 : 2017-03-28 21:10:32 수정 : 2017-03-28 22: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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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신문처럼 꽃 구독 / 관련업체 수십곳 / 남성소비도 늘어
꽃향 취해 차한잔…플라워카페 확산 / 꽃 메뉴·강좌 등 차별화 전략 구사
‘봄의 상징’ 꽃은 아름다움과 화려함, 생명의 대명사로 군림했지만, 일상에서는 항상 먼 존재였다. 사절기 중 봄꽃은 직장인의 주말만큼이나 짧게 스쳐갔고, 팍팍한 살림살이에 사랑과 낭만의 상징인 꽃은 물질의 상징인 현금에 속절없이 밀렸다. 졸업식·입학식 등 의례적인 자리에만 으레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늘 뒷전에 밀려 있던 꽃이 이젠 삭막한 도시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땅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네에 속속 플로리스트의 꽃꽂이 강좌를 겸한 플라워 카페가 들어서고, 신문처럼 집에서 받아보는 꽃 ‘정기구독’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아직 쌀쌀한 3월 말의 봄처럼, 조금은 낯설게 꽃이 도시의 일상에 다가오고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꽃

꽃의 일상화는 ‘정기구독’의 확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신문 구독처럼 꽃병에 바로 꽂을 수 있도록 잘 포장된 꽃이 문앞까지 바로 배달이 되는 형태다. 꽃이 시드는 2주를 주기로 새로운 꽃이 배달돼 식탁, 화장대, 거실 장식장 등에 자유롭게 꽃장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꽃을 정기구독한다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플라워 브랜드 ‘꾸까(Kukka)’의 정기구독자수는 이미 3만 명이 넘는다. 누적 구독자 수는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30대 여성이 주요 고객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남성 구독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이후 꽃 정기구독 업체들은 점점 늘어나 이제 수십 곳에 이른다.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꽃이 각광받는 데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번 사는 인생,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만족감이 높은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정기구독 시 꽃의 크기를 소·중·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작은 꽃은 1만원 수준이니, ‘나를 위한 선물’로 대단히 비싼 것도 아니다.

꾸까 관계자는 “그동안 꽃은 비싸다는 편견 때문에 오히려 더 영세해졌다”며 “커피 한두 잔 수준의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취향의 꽃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소비트렌드와 맞아떨어져 구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졸업식장에서만 만나던 꽃이 일상생활과 가까워지고 있다. 꽃 정기구독자들이 느는가 하면 홍대와 이태원, 강남 등 번화가에는 꽃향기로 가득찬 플라워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호모그라피쿠스와 플라워 카페의 만남

당대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카페문화에도 꽃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2015년 정부의 규제 완화로 한 매장 안에 꽃집과 카페 겸업이 가능해지면서 생기기 시작한 플라워 카페가 이젠 땅값 비싼 홍대, 연남동, 강남, 신사동, 이태원 등에도 뿌리를 내렸다.  

젊은 플로리스트들이 꽃과 함께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가치’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카페는 대부분 플로리스트들이 플라워 강좌와 꽃 판매를 겸하고 있어 꽃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플라워 카페의 증가에는 젊은 세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상화가 한몫했다. 모든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호모그라피쿠스’들에게 천장과 벽을 모두 꽃으로 에워싼 화려한 플라워 카페는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플라워 카페는 이런 점을 활용해 트레이에 꽃 장식을 하나씩 제공하거나 꽃을 블렌딩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차와 커피 제공 등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홍대 인근의 ‘러빈허’가 대표적이다. 러빈허는 부케, 화관을 카페 곳곳에 비치하고, 핑크색이 가미된 플라워라떼와 꽃모양 케이크 등 메뉴를 개발하는 등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철길 뒤편 골목에 위치했지만 꽃향기를 맡은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으면서 2015년 문을 연 이후 1년6개월 새 손님이 5∼6배로 늘었다.

허은영 러빈허 대표는 “플라워 클래스를 함께 운영하며 부케나 화관을 만들었는데 카페 손님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상시 제공하게 됐다”며 “사람들이 꽃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역삼역에 위치한 ‘아리아떼’ 같이 힐링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경우도 있다. 도심속의 온실이라는 콘셉트로 온실모양의 천장을 만든 만큼 직접 재배한 유기농 생허브를 제공한다.

아리아떼 관계자는 “초기에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 위주의 방문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외국인, 나이 드신 아저씨까지 다양해졌다”며 “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플로리스트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사진=러빈허·꾸까·아리아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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