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법원이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제공하는 ‘영장실무 자료집’에 따르면 법원의 구속 요건 심사는 크게 △혐의의 소명 여부 △구속 사유의 유무 △구속의 필요성 여부 판단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전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안(범죄)의 중대성 △박 전 대통령의 범행 부인 등 증거 인멸 우려 △공범인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뇌물공여자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미 구속된 다른 관련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사유로 들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소명 등 12만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영장실무 자료집은 증거인멸 염려가 큰 사건의 예로 △뇌물 등 부패사건 △공범이 많은 사건 △사건이 복잡하고 광범위한 다수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한 사건 △중요한 증인에 대해 피의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거나 부당한 압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 등을 언급하고 있다. 관련자 20명이 이미 구속되고 박 전 대통령 본인 혐의도 13개에 이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안의 중대성도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소 1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될 전망이다. 핵심 혐의인 뇌물죄만 해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공무원의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분주한 취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이틀 앞둔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현관 앞에 취재진이 미리 설치한 사진 촬영용 사다리가 놓여 있다. 이제원 기자 |
영장실무 자료집은 ‘범죄의 중대성 여부는 결국 법관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만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 심사에) 범죄의 중대성이 도입된 배경에 비춰 봤을 때 사회적 여론이나 국민 법감정이 사실상 고려될 수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중대 범죄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할 경우 거센 비난을 초래할 우려도 있으므로 구속 사유에 대한 심사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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